메르스 환자 문제 없이 검역대 통과, 4시간 후 발병 확인李 총리 "대응 신속·철저히… 2015년 실패 기억할 것"
  •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렸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3년만에 재등장했다. 메르스 환자는 공항 검역단계에서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는 이를 두고 "초기대응은 잘 돼고 있다"고 평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총리는 9일 오전 SNS를 통해 "어제 메르스가 발생해 초기 대응을 신속 철저하게 진행했다"면서 "환자는 귀국 전부터 이상을 느껴 즉시 리무진 택시로 병원으로 향했고, 검사를 거쳐 음압 공간에 격리되셨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이어 "택시에 탄 부인과 운전기사도 고위험군으로 분류, 격리조치 됐으며 비행기를 함께 탔던 승객들도 자가 격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제 저녁 7시45분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다섯 차례 통화해 많은 것을 묻고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며 "국민께 신속 투명하게 설명하여 불안감을 없애 드리도록 박 장관께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 앞서 메르스 환자는 지난 7일 오후 4시 51분 발견됐다. 서울에 거주중인 A(61)씨는 지난 8월16일 쿠웨이트로 출장 갔다가 이날 에미레이트 항공을 통해 귀국했다. 

    A씨는 검역법에 따라 중동지역을 방문하고 입국한 여행객이 제출해야 하는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했다. 질문서에는 최근 21일동안 방문한 국가와 질병 증상, 개인정보 등을 기재하게 돼있다. A씨는 이 서류를 통해 10일 전 설사는 있었으나 기침이나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었다고 신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를 고막체온계로 측정했다. 당시 그의 체온은 36.3도로 정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역관은 별다른 호흡기 증상이 보이지 않자 그를 검역대에서 통과시켰다. 

    A씨는 공항을 나선 직후 설사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A씨는 당시 메르스를 의심하기 보다 배가 아파서 병원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은 A씨와 사전 전화 통화로 중동방문력을 확인했고, 처음부터 별도의 격리실로 안내해 진료했다. 이후 병원측은 발열과 가래, 폐렴 증상을 확인하고 메르스 의심환자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당시 시각은 오후 10시35분으로 공항을 벗어나 4시간 정도가 지난 후였다.
  • 공항 검역단계에서 A씨를 놓치면서 밀접접촉자 범위가 승무원,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탑승객에서 가족, 택시기사, 의료진 등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국무 총리는 "초기 대응을 신속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86명 감염, 38명 사망이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던 당시보다는 메르스 환자 발견이 빨랐으나, 검역단계에서 메르스 환자를 놓치면서 국가 방역망이 또 뚫렸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보인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서울대병원 관계자 등이 참석해 메르스 조기 확산 차단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역시 메르스 지원대책본부를 꾸려 협조 요청사항을 파악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는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