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보고하라" 지역 경찰에 지시… "거부하자 청장 통해 압박"… 이해찬 대표 측 "자기 중심적 기술"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최근 한 일간지가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66) 당대표에 대한 ‘리더십 탐구’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이해찬 대표의 성품(性品)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소개됐다. 

    기사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는 1997년 불법 유턴을 한 자신의 차량에 ‘딱지’를 떼지 않은 의경을 오히려 처벌받게 했다. 규정대로 한 것이다. 또 13대 국회 노동위원 시절에는 돈 봉투를 들고 온 한 업체 간부를 단박에 사무실 밖으로 쫓아버린 일도 있었다.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이해찬 대표는 불법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의 모습이다. 특히 불법을 저지른 자신의 차량에 딱지를 떼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장에 있었던 교통경찰을 처벌까지 받게 하는 정치인이나 관료의 모습은 국내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원칙주의자 모습과 상반되는 이미지로 이해찬 대표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작년 중순 정년 퇴임한 이자하 전 세종경찰서장이 그 당사자다. 이 전 서장은 작년 9월경 펴낸 《이카루스의 꿈》(북앤피플)이라는 자서전에서 이해찬 대표(‘국무총리 출신 의원’이라 표기)와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전 서장의 책에는 이해찬 대표의 실명이 나오지 않지만, 거론된 당사자가 국무총리와 야당대표를 지낸 국회의원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누가 봐도 이해찬 대표를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전 서장은 자서전에서 이해찬 대표와 겪었던 이야기를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과 좌절>이라는 소제목 아래 총 12페이지에 걸쳐 자세하게 기술했다. 

    "국회의원이 부하직원 호출하듯 경찰서장을…"  

    이야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자하 서장은 세종경찰서장직을 맡고 있었고,  이해찬 대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세종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자서전에 따르면 이자하 당시 서장은 2014년 10월 초 어느 날 아침 업무를 챙기고 있었다. 그때 부속실 여직원으로부터 “지역 국회의원실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내용은 “국회의원이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까지 (자신을) 국회의원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 ▲ <이카루스의 꿈>(북앤북).ⓒ
    ▲ <이카루스의 꿈>(북앤북).ⓒ
    보고를 받은 이 서장은 “순간 기분이 많이 언짢았다”고 했다. "국회의원과 경찰서장은 지역을 위해서 각자 맡은 일을 하는 기관장일 뿐인데, 국회의원이 부하직원 호출하듯 시간까지 못 박아서 일방적으로 자기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자하 서장이 지휘하던 세종경찰서는 2014년 6월 지방선거 중에 발생한 ‘야당 당원명부 조작 혐의 사건’을 조사 중이었다. "당원명부 조작으로 인해 경선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을 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관할 지역인 세종경찰서가 수사를 맡게 되었다. 

    이자하 서장은 “이 때문에 (경찰서에서) 경선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을 참고인으로 불러들여 진술을 들었는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 중에 국회의원 사무실 소속의 여비서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 서장은 “국회위원이 자신의 사무실 소속인 이 여직원 소환을 문제 삼았다”고 했다. 그 국회의원이 “경찰에서 의원실 여비서를 소환한 것은 지금까지 누구보다 바르고 정직하게 정치를 해온 본인이 어떤 의혹이나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소환방법이나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점을 경찰서장에게 따지려 했다”는 것이다. 

    "감찰에 회부해서 조사 받도록 하겠다"

    이자하 서장은 결국 이해찬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지 않았다. 법치국가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수사 책임자가 ‘수사 대상기관에 불려가서 수사진행 사항을 보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법치국가에서 법치를 구현하고 이를 집행하는 대표적 기관이 바로 경찰이다. 법을 집행함에 있어 지위의 높고 낮음이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무총리를 지낸 의원에 대한 전관을 고려해 예를 갖추는 것과, 법적 절차를 지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수사를 하는 경찰이 수사상 필요에 의해서 여비서를 단지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를 했을 뿐이며, 소환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나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러자 그날 오후 5시쯤 ‘국회의원한테서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그 의원은 50분 동안 이 문제를 따지며 “여비서를 소환 조사하는 것은 내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 서장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통화는 점점 격하게 이어져갔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서 과거 어디서 근무를 했고, 주요 근무경력은 무엇인가 등 이력을 따지며, 심지어 어디 출신인지를 묻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서장으로서 처분에 대하여 자신이 있고 떳떳하냐고 하면서 나를 감찰에 회부해서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발언을 듣고 나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이 서장은 “여러 곳에서 경찰서장도 해보고, 참모생활도 해봤지만, 같은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경찰서장을 감찰에 회부하겠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며 “오로지 수사상 필요에 의한 적법한 직무행위를, 오히려 감찰에 회부하겠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 ▲ 2015년 2월 25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경찰서에서 이자하 세종경찰서장이 편의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 2015년 2월 25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경찰서에서 이자하 세종경찰서장이 편의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경찰청장 연결하라" 직원에 지시

    이 서장은 “나는 어떤 부끄러움이나 잘못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시라 하면서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했다.  

    그러자 그 국회의원이 “경찰청장을 연결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고, 곧바로 경찰청장과 전화가 연결됐다고 한다. 경찰청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은 20분 쯤 뒤였다고 한다. 

    “나는 직속 상관인 경찰청장의 전화를 예의를 갖추어 받았다. 그러나 청장의 지시내용은 전혀 뜻밖이었다. 중앙에서 일을 하려면, 국회의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조직운영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어렵더라도 국회의원에게 수사 상항을 설명해 주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에게 설명한 결과를 자신에게 보고하라면서 본인의 전화번호까지 직접 알려주었다.”(<이카루스의 꿈> 225p)

    이자하 서장은 “청장 전화를 받았을 때는 국회의원을 잘 설득했으니 수사팀은 더욱 분발해서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엄정한 수사를 독려할 줄 알았는데, 순진한 기대였다”며 “오히려 청장이 국회의원실에 가서 수사사항을 설명해주라는 지시를 내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고 썼다. 

    "법 집행자가 수사받는 기관 책임자에게 상황 설명"

    이 서장은 이 지시를 따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밤새 고민을 했지만, 결국 경찰청장의 지시까지 거부할 힘이 없었다. 심한 자괴감이 들었지만, 이 서장은 다음날 경찰서 담당 계장을 대동하고 국회의원실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는 “법을 집행하는 책임자가 수사를 받는 기관의 책임자에게 불려가고, 수사 사항을 설명(보고)해야 하다니 참, 마음이 착잡했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국회의원실을 찾은 이 서장은 기본적인 말 몇 마디만 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러자 동행했던 계장이 ‘어쨌든 지역에서 불편한 상황이 전개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 서장은 “사무실을 나서면서 한 사람의 경찰관으로서 내가 경찰이란 것이 부끄러웠다. ‘경찰이 처한 현실이 이렇게 밖에 안 되는구나’하며 한탄했다. 솔직히 그런 지시를 내린 경찰청장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이 서장은 해당 장(章)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당시 경찰청장의 처신을 비판했다. 당시 경찰청장이 원칙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일선 경찰서장과 수사팀에게 수치심과 치욕감을 맛보게 했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 측 "자기 중심적으로 썼다"

    기자는 이자하 전 서장의 자서전 내용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9월 6일 오전 이해찬 당대표의 국회의원실에 관련 질문지를 보낸 후 의원실 소속의 A 보좌관과 통화를 했다. 

    A 보좌관은 “이 건(자서전 내용)으로 총선 전(前) 지역 언론에서 기사를 내면서 질문을 했지만 우리가 대응할 필요가 없어서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며 “이런 일이 있긴 있었는데, 이 분(이자하 전 서장)이 자기 중심적으로,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기술을 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 측은 7일 저녁 7시 현재까지 추가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