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2조 8000억... 국토부 '부동산 투기', 시의회 '세금 블랙홀' 우려해 제동
  • ▲ 지난달 국토부·수도권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 지난달 국토부·수도권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의 '강북 플랜'에 연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최근 잠정 보류된 여의도 개발에 이어 박 시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경전철 4개선 구축 사업 역시 재정 문제, 중앙정부와의 마찰로 빨간불이다.

    박원순 시장은 한 달간의 삼양동 옥탑방 살이를 마친 지난 19일, 비강남권 4개 노선(면목선·목동선·난곡선·우이신설선 연장선)을 재정사업(국비 40%, 시비 60%)으로 전환해 착공한다는 내용의 '강북 지역 교통시설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노선 별 구간을 보면 ▲면목선(청량리~신내동, 9.05km) ▲목동선(신월동~당산역, 10.87km)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4.08km) ▲우이신설선 연장(우이동~방학역, 3.5km) 등이다. 건설비와 운영비를 포함해, 총 사업비를 약 2조 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서울시의회 등 관련 기관과의 사전 협의 소홀이 박 시장과 '강북 플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현미 장관 "경전철은 서울시 아닌 국토부 승인사업" 못박아

    경전철 사업은 전체 사업비 2조 8,000억 중 40%인 1조1,200억원을 국비로 충당해야 한다 국토부와 기재부 등 중앙정부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낮은 경제성,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경전철 사업을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전철 사업은 서울시가 아니라 국토부가 승인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이어 "과도한 기대로 해당 지역에 자본이 유입될 경우, 오히려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사업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 움직임을 우려한 목소리다.

    '부동산 안정'을 이유로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재개발'을 한 차례 저지한 바 있는 중앙정부가 박 시장에게 다시 한 번 '경고'를 날린 셈이다. 

  • ▲ 지난해 5월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의정부시 제공
    ▲ 지난해 5월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의정부시 제공

    운행 중인 6개 경전철 모두 적자

    '경제성'도 문제다 현재 지자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경전철은 총 6곳인데 개통 후 흑자로 전환된 곳은 없다. 운영비가 대부분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이야기다.

    2012년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은 누적적자 3,800억 원을 감당하지 못해 끝내 지난해 5월 파산했다. 지난해 9월 개통한 우이신설선 역시 전년도만 144억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고 용인경전철은 1,200억원, 부산김해경전철은 2,124억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수요 예측의 실패를 지적한다. 용인 경전철은 사업 전 수요 예측에서 일일 16만명의 이용객을 예측했으나, 개통 후 실제 이용객은 기대치의 8분의 1 수준인 2만명에 머물렀다.

    우이 경전철도 다를바 없다. 개통 전 서울시는 "우이~신설선의 일일 평균 승객 수가 13만 명에 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현재 우이신설선 일일 이용객은 7만명을 밑돈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 플랜을 발표하는 모습.ⓒ서울시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 플랜을 발표하는 모습.ⓒ서울시

    수익성 우려한 사업자들 머뭇거리자 '재정사업' 전환

    지난 2008년 서울시는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신림선 등 총 62.2km 경전철 노선을 민간투자방식(민자 50%, 재정 50%)으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익성 부진을 우려한 사업자들이 참여하지 않자, 결국 서울시가 "재정사업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럴 경우, 당초 민자 부담으로 계획했던 50%의 사업비 1조 4,000억원을 서울시의 재정으로 떠안아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강남권 4개 노선은 2008년 수립된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서 편익/비용 비율이 1을 넘었다. 2013년 기본계획에서도 경제성은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성중기 의원이 입수한 '서울시 도시철도 기본계획 종합발전방안에 대한 용역보고서(2013)'에 따르면, 해당 노선들의 재무적수익성지수(PI)는 4개 노선 모두 기준점 1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회 등과도 사전협의 없어

    서울시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자유한국당 소속 성중기 시의원은 6일 자료를 내고 "천문학적 사업비와 경제성 논란에도 서울시는 시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의회·국토부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단체장의 성과주의에 엉터리 수요예측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생기는 지역 이기주의가 더해지면, 경전철은 세금 블랙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성중기 의원(강남1, 자유한국당)은 6일 열린 제283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도시교통본부 업무보고에서 '경전철 4개 노선 재정사업 전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서울시가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은 국토부 승인 이후 노선별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쳐야 한다. 경전철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완공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인 2027~2028년 정도일 것이란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