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별 용역비 1.5~2억원 예산 지원... 집값 폭등하자 "세금으로 표 사나" 세입자들 울상
  • ▲ 서울시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뉴데일리 김동우 기자
    ▲ 서울시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뉴데일리 김동우 기자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이 집값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시범단지로 선정된 아파트들의 집값이 급등한면서 세입자들은 불안에 떨고있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에도 여의도·용산을 통합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가 집값이 폭등하자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남산타운 아파트 84.88㎡는 지난 7월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의 동일면적 매물이 1월에는 7억3500만원에 거래된 실적이 있다. 6개월 사이에 1억55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남산타운 아파트에서 가장 큰 평수인 114.88㎡는 지난 7월 10억45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5월에는 8억6500만원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서울형 리모델링’이 뭐길래?

    이 아파트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형 리모델링은 도시재생 뉴딜의 일환으로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지 않고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게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가량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한다.

    아파트를 완전히 철거하고 다시 짓는 재건축에 비해 사업절차가 간소하고 사업기간도 짧다.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을 높여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지 않고 기부채납 등 재건축 단지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무엇보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없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자치구로부터 22개 단지를 신청받아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7곳을 시범단지로 결정했다. 시범단지로 선정된 곳은 ▲신당 남산타운 ▲신도림 우성1차 ▲신도림 우성2차 ▲신도림 우성3차 ▲문정 시영 ▲문정 건영 ▲길동 우성2차 등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기본설계와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이후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집값 폭등에 세입자들 '조마조마'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시범단지의 집값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어지는 부동산 규제에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산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는 탓이다. 남산타운 아파트 이외에도 송파구 문정동 건영아파트와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3차 아파트 등의 실거래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건영아파트 84.81㎡의 경우 지난 1월 6억7000만원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8억원대 중반까지 뛰었다. 같은 지역의 시영아파트는 39.69㎡가 지난달 5억원대에서 거래되면서 지난 1월 실거래가 4억3000만원 대비 7000만원이 올랐다.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3차 아파트 역시 84.75㎡형이 연초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6억8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남산타운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이라는 주민 A씨는 “20년, 30년도 아니고 16년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면서 서울시의 예산을 왜 투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사업에 어떤 공적 명분이 있느냐”며 “집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금방이라도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 역시 “시범단지로 선정된 이후 지방에서까지 투기꾼들이 몰려오면서 조용하던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엉망이 됐다”고 토로했다.

    ◆“대권 욕심… 세금 써서 표 사려는 거냐”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대권 욕심으로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6일에도 여의도와 용산지역을 통합개발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일대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수십년 이후를 내다보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진행해야 한다”며 “시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민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의 추진은 전적으로 시범단지로 선정된 주민들의 의사결정 여부에 달려있다“며 ”리모델링 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단지 전체 3분의 2와 각동 2분의 1 이상의 의결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