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021년 1월까지인 '트럼프 첫 임기'를 비핵화 완료 시점으로 지목"북한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 '1년 내 비핵화' 언급했다"는 볼튼의 말과도 달라져
  •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북한 지도부와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북한 지도부와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관계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북핵 문제에 대응해 왔으나, 막상 대북 특사 방북 결과를 보면 북한 김정은이 반복해온 '한반도 비핵화'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김정은이 그동안 말했던 기존의 '비핵화 의지'와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완료 시간을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밝힌 비핵화 시간표는 결과적으로 당초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관되게 언급했던 '1년 내 비핵화'와 비교해도 1년 이상 늦춰진 시간표라는 비판이 따른다. 볼튼은 북한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언급한 내용을 밝힌 바 있다. . 

    청와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6일 오후 8시에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평양을 다녀온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미국 측에 전달하기 위함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춘추관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4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며 "5일 정의용 실장이 평양에 가서 북한에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통화 내용 중에는 지금 단계에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4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해 의견을 나눈 뒤 다음날인 5일 대북특사를 북한에 보내 김정은의 의중을 파악한 바 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특사 파견에 앞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chief negotiator)가 돼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6일 정의용-볼튼의 전화통화에서는 미국의 의중에 대한 북한 측의 답변도 함께 언급됐으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의용 미국 방문도 불분명… 지난 3월 특사 행보와 큰 차이 

    하지만 청와대는 통화내용의 발표는 물론, 미국의 움직임을 언급하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6일 오후 김 대변인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 관련 브리핑은 없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7일 브리핑에서도 "(정의용 실장의 미국 방문에 대해) 아직 현재로서는 잡혀 있는 계획이 없다"고 했다.

    특히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는 "조금 더 앞당겨보려고 하였으나 중요한 분들이 워싱턴을 비우는 등 일정이 잘 안 맞아서 우선 전화로 오늘 저녁 8시에 결과를 설명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볼튼 보좌관과 일정을 조율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 3월에 방북했던 특사단의 방북 이후 행보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 3월 같은 멤버로 구성된 특사단이 5일 북한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이후 정의용 실장이 직접 백악관에서 미북정상회담이라는 '중대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볼튼 보좌관이 언급한 비핵화 시간표와 이날 대북 특사가 가져온 결과가 달랐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볼튼 보좌관은 최근까지도 "미국의 우선순위는 남북협상이 아니라 비핵화"라며 "1년 내 비핵화는 김정은의 약속"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달 6일 볼튼 보좌관의 이같은 주장을 보도하면서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비핵화 약속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또한 볼튼 보좌관의 언급에 대해서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서울로 복귀한 뒤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 간의 70년간의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2021년 1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볼튼 보좌관이 언급한 비핵화 시간표와 1년이상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불투명한 폼페이오 방북

    특사단 방북 이후에도 여전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여부가 불투명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분위기에 대해 듣지 않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미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중재자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뒤집어서 해석하면 문 대통령이 협상 역할을 하는 시점은 미국과 북한 간 접점이 뚜렷하지 않을 때라는 의미기도 하다. 청와대는 그간 꾸준히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라고 언급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통화) 내용을 전해드릴 건 없다"면서도 볼튼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공유를 하면서 협의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니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진지하게 숙의를 해서 무엇인가 조처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