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간사들 반대 입장, 본회의 상정 불투명… '선진화법'으로 의장 직권상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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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5일 북한 평양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북한 김정은을 만났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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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5일 북한 평양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북한 김정은을 만났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다음 주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소극적이던 바른미래당이 찬성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국회 비준안 통과 문턱이 한 단계 낮아진 상황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판문점선언 비준에 총력 

    여권은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정부·여당을 비롯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까지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후 "정부는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다음주 화요일(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행에 필요한 예산안도 함께 제출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정기국회 기간 비준안을 통과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국회 비준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3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정기국회에서 다뤄주기 바란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의 72%가 국회의 비준 동의에 대해 압도적으로 지지하며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망설일 이유가 무엇이냐. 이미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로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제시됐다"고 했다. 

    바른미래 손학규-김관영 등은 '찬성' 선회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정부 대북 정책 적극 지지'를 선언하며 여권의 비준 동의 구상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6일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의안 채택 직후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에 관해 여야가 본격적으로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비준 동의안에는 '찬성'한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여러 차례 '비준안 찬성'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한국당 혼자 "결사반대" 외치고 있지만… 

    반면 자유한국당은 ‘선(先)비핵화 후(後)지원’ 이라는 원칙 아래 국회 비준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이 명시한 남북 경협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국회 비준에 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을 받아 법적 효력을 얻게 되면 정부가 북한에 ‘퍼주기식 지원’을 한다 해도 막을 수 없게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당 이양수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의 비준안 제출 계획과 관련 논평을 내고 "정부가 제출한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중도에 포기할 경우, 바로 대한민국과 국민이 허망하게 감내해야 할 혈세"라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폐기의 확실한 담보를 제시한다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대변인은 "판문점 선언은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되어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향후 대북지원에 들어갈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며 "북한은 북핵 폐기 약속을 여러 차례 일방적으로 파기한만큼 다시 대북지원이 고도화된 대륙간 핵탄도미사일이나 핵 잠수함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판문점선언 비준하면 법적 효력… 북한이 약속 어겨도 혈세 부담"

    앞서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보상은 법적으로 승인하는 국회비준 동의는 북한의 비핵화 실질적 진전 이후에 진행해야 할 사항"이라며 "지금 강행할 이유가 없고 북한에 백지수표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 국회 모습. ⓒ뉴데일리 사진 DB
    ▲ 국회 모습. ⓒ뉴데일리 사진 DB
    바른미래 정병국-지상욱은 "비준 반대" 

    그러나 바른미래당이 여당과 공조하게 되면 판문점 선언 비준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비준안이 통과되려면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사실상 바른미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보통 안건이나 법률은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간사 합의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 외통위원장은 한국당 소속의 강석호 위원장이 맡고 있다. 간사단에는 민주당 이수혁 의원, 한국당은 정양석 의원, 바른미래당은 정병국 의원이 포함됐다. 바른미래당이 비준안을 동의하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외통위 간사단인 정병국 의원이 비준 동의에 부정적이다. 정병국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현재 정부 행태로 보면 (비준안에 대해) 부정적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병국 의원은 "비준안이 실익이 있는지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며 "정부가 상세한 설명 없이 비준안을 통과시켜달라는 건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손학규 지도부가 ‘비준안 동의’를 표명했지만,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쪽에서는 손학규 지도부와 달리 비준안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욱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선언 비준에 동의해 줄 수 없다는 당내 입장이 80% 정도 된다는 기사도 있다"며 지도부와 선을 그었다. 

    지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개원사에서 밝힌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국민 72%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왜곡된 것"이라며 "한국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국회 비준 즉각 동의는 진정한 평화 구축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선진화법… 국회의장 직권 상정 불가능 

    한국당 역시 자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외통위에서 비준안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안 본회의 상정 가능성'에 대해 "절대 상정이 될 수 없다"며 "우선 여야 간사 합의가 필요하고 외통위원장이 상정을 안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으로서는 국회 표결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비준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 전체 출석일 경우 더불어민주당 129석, 민주당과 공조하고 있는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 무소속 문희상 의장까지 하면 150석의 비준안 가결 의석이 확보된다. 바른미래당이 의원 자율 투표를 결정하면 과반 이상의 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통위가 최후의 보루가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불가능하다. 선진화법은 △천재지변 또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등 세 가지 경우에만 직권 상정하도록 했다. 

    여야 간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문희상 의장이 비준안을 직권 상정해 표결에 부치려면 ‘날치기 직권상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 또한 여권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