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전 駐英 북한공사, '제1회 북한인권상' 수상... "北인권 외면하는 통일은 공허한 외침"
  • 태영호 전 주영(駐英)북한공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인권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북한인권상'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대표 김태훈)이 북한인권범 시행 2주년과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 태영호 전 주영(駐英)북한공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인권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북한인권상'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대표 김태훈)이 북한인권범 시행 2주년과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북한인권법 시행 2주년을 맞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대표 김태훈)'이 '북한인권상'을 제정했다. 시상식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공사가 첫 수상자다. 

    "북한주민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한 통일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합니다. 북한인권이 개선되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자연히 해결됩니다."

    태 전 공사는 연단에 올라 "대한민국에 귀순한 지 1년 밖에 안 돼서 저는 이제 두살배기 어린아이와 같다"며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상을 받으니 반갑고 기쁜 마음보다도 오히려 송구스런 마음이 앞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상은 그간 북한인권법 채택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여러분들과, 북한을 탈출해 실상을 알린 탈북민들이 받아야 할 상"이라며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한 평가보다는 하루빨리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와 같은 삶을 안겨주길 바라는 여러분들의 기대와 부탁이라고 여기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직후,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미온적인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년 12월이면 UN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있으며, 북한과 친선관계인 중국·쿠바·베트남 등도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인권문제에선 (체제나 이념에 관계없는) 보편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유독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 김태훈 한변 회장(사진 왼쪽)과 태영호 전 공사(사진 오른쪽)가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 김태훈 한변 회장(사진 왼쪽)과 태영호 전 공사(사진 오른쪽)가 악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2년 된 북한인권법, 숨만 붙은 시체로 전락…"
    정부가 북한인권단체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태 전 공사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북한인권개선의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아직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며 "북한인권법 시행 2년이 넘었는데 숨만 붙어있는 시체가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북한인권법 총괄 기관인 북한인권재단의 예산은 올해 108억에서 내년 8억원으로 무려 92.6%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 침해 실태를 파악·수집하는 북한인권정보시스템 예산도 올해 16억5,900만원에서 내년 4억8,600만원으로 70.7% 축소됐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 남북관계 진전이나 민족통일에 희생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인류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주민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한 통일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며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수상소감을 마무리하며 태 전 공사는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켜 미약하게나마 북한인권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며 정부 및 여야 정치권에 진심어린 당부의 말을 건넸다.

    "南北주민 같은 인권 누릴 수 있게 한국이 앞장서 달라"
    태 전 공사는 "재단을 출범시켜야 국제사회에 북한인권상황의 절박성을 알릴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국가적 품격도 유지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합심해 노력해야 북한인권 문제가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 주민들과 똑같은 인권을 향유하는 일에, 한국이 세계 맨 뒤에 서 있지 말고 앞장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변은 태 전 공사를 북한인권상 첫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태 전 공사의 탈북 자체가 북한의 반인권적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해 북한 당국에 경종을 울렸고, 전 세계적으로도 북한인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설명했다. 한변 측은 또 "그는 탈북 후에도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3층 서기실의 암호'등 저술활동을 통해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기여한 공적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제1회 북한인권상 수상자인 태 전 공사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이 수여됐다. 한변은 '북한인권상' 시상을 매년 계속해 북한인권 운동에 앞장 선 단체나 개인을 격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고영주 변호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홍일표 국회인권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