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AP통신 분석 “비핵화로 미-중 견제하게 만든 뒤, 도로·철도·관광 재건 의도"
  • ▲ 김정은이 열심히 짓고 있는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김정은은 한국에서 돈을 끌어와 경제발전을 시키고 싶어 한다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이 열심히 짓고 있는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김정은은 한국에서 돈을 끌어와 경제발전을 시키고 싶어 한다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평화나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돈’이라고, 美AP통신이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AP통신은 김정은 정권이 적극 개발 중인 칠보산과 원산 해양레저단지 등을 언급한 뒤 “북한 정권이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과 함께 중국, 한국, 미국과의 외교를 강화하고 있지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이들의 희망에는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변동성이나 사회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섞여 있다”며 경제발전과 독재체제 유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북한 상황을 설명했다.

    美AP통신은 “김정은은 지난 1월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말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라고 이야기했다”며 집권 이후 7년 동안 시장과 북한 내 기업가 정신의 확산을 허용한 점, 평양에 고층 빌딩을 건설한 점, 김씨 일가의 별장이 있던 동해안 도시 원산의 놀라운 변화 등이 이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북한 곳곳의 작은 마을회관 개량부터 거의 역사적 규모의 군 병력(돌격대)을 동원해 삼지연 등에 짓고 있는 건축물 등은 경제발전에 대한 그의 야심을 보여준다는 것이 美AP통신의 주장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고 美AP통신은 주장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美北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美정부가 북한 측에 엄청난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경제발전 노하우를 비핵화의 ‘당근’으로 제시했지만 김정은은 이후 지금까지 미국 자본에 문을 열지 않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했다.

    “김정은, 비핵화 앞세워 미국과 중국 서로 견제하게 만들어”

    김정은은 ‘비핵화’를 앞세워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게 만들고 그 틈에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를 붙잡아 제재를 벗어나려 한다는 게 美AP통신의 분석이다. 동시에 북한 내부에서 ‘나쁜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노동당은 선전매체를 통해 “‘미국식’은 부르주아적 사상·문화적 독소”라며 연일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기조를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한편 지난 몇 달 동안 美AP통신과의 인터뷰도 금지하는 등 평양 내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 당시 모습. 北의 우리민족끼리는 한국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명분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 당시 모습. 北의 우리민족끼리는 한국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명분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AP통신은 北선전매체들이 美北정상회담은 물론 시진핑 中국가주석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몇 차례로 제한하는 것 또한 북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노동당의 전술인 것으로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진정 원하는 것은 도로, 철도와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원산해양레저단지 등의 관광시설 한국의 도움으로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중국에게 석유를 구걸하고 석탄을 수출하는 활동도 한국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 버티기 위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美AP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뒤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증가했지만 북한의 장기적 목표는 한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한국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칠보산이나 원산해양레저단지와 같은 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할수록 소득이 증가하는 것에 더해 한국 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도 훨씬 개선될 것이라는 계산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었다.

    北의 우리민족끼리, 한국 돈 끌어들이려는 것

    김정은이 대외내적으로 “미국의 공세에 맞서 핵무력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면서 “이를 통해 이제 한반도는 외세의 간섭 없이 우리민족끼리 평화를 누리게 됐다”고 선전하는 이유도 한국의 자금지원을 받아 경제발전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게 美AP통신의 해석이었다.

    美AP통신은 “그러나 이것은 도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 기업들이 북한 금강산과 원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북한 관광을 했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을 간 한국인 여성이 출입통제구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면서 나쁜 결말을 맺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