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휘자 정명훈(65)과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 7년 만에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들려준다.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이 올해 120주년을 맞아 10월 7일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 베를린, 함부르크, 하노버, 홍콩, 런던, 서울, 상하이, 타이페이, 도쿄에서 갈라 콘서트를 개최한다.

    서울 공연은 12월 6일과 7일 양일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며,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시향에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각각 협연자로 나선다. 프로그램은 DG라는 이름에 맞춰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20번 D단조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를 들려주며, 2부에는 양일 모두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이 연주된다.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도이치 그라모폰 사장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DG 120주년 기념 갈라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셰익스피어는 '음악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져다주는 분위기 좋은 음식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사랑이 되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가겠다"며 포부를 다졌다.

    이어 "DG 창립 기념일이 12월 6일인데 독일이 아닌 서울에서 생일을 축하하게 돼 더욱 뜻  깊다"라며 "한국 시장은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가장 많은 영감을 준다. 예술의전당에서 창립 120주년 공연을 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고 덧붙였다.
  • 첫날 공연 협연자인 조성진은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2016년 1월 DG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쇼팽 콩쿠르 실황 음반을 포함해 총 3장의 음반을 출시했으며, 오는 11월 말 발매 예정인 세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K. 466을 연주한다.

    조성진은 "12월 공연하는 모차르트 협주곡은 2011년 1월 정명훈 선생님이 지휘한 서울시향과 처음 협연했던 곡인데 다시 연주하게 돼 기쁘다"라며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비슷하다. 음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저보다 관객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앨범에 대해 "레코딩을 할 때 내가 잘 알고 잘 칠 수 있는 곡을 하려고 했다. 100% 만족했다고는 말 못하지만 이젠 녹음 환경에 적응돼 지난 앨범보다는 조금 더 만족스럽게 나왔다. 야닉 네제 세겡이 지휘하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즐겁게 녹음했다"고 밝혔다.

    정명훈은 1990년 DG와 계약하고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시작으로 30여장이 넘는 음반을 발매했다. 2011년 당시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서울시향의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 발매 계약을 이끌어내며 총 9장의 음반을 녹음했다. 

    이날 정명훈은 "조성진이 13살 때 어느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의 음악을 처음 들었다. 그날 쇼팽 스케르초 한 곡을 쳤는데, 그때부터 저런 연주자는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지만 완벽한 피아니스트였다. 부모가 자기 아이들이 잘 커주면 흐뭇해 하듯이 음악가도 후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 지난 2일 정명훈은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ONE KOREA ORCHESTRA)와 함께 남북화합을 위한 평화콘서트를 열었다. 그가 창단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국내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 등이 모인 교향악단이다. 콘서트의 수익금은 북한 남북민간교류회를 통해 기부했다.

    "한 나라가 둘로 갈라진 것이 정말 마음 아프고 창피한 일이다. 음악가로서 남북이 하나 되는 일에 뭐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서울시향을 맡았을 때 1년에 한 번씩은 북한을 도와주는 목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싶었지만 매번 정치적으로 곤란하다, 시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며 성사되지 못했다."

    DG는 현존 음반사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래식 레이블이자 폰 카라얀, 바렌보임, 번스타인, 도밍고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다. 발명가 에밀 베를리너는 그라모폰이라는 이름의 축음기 제조사를 만든 뒤 영국과 독일에 지사를 만들었다. 이후 1898년 베를리너의 조카에 의해 세워진 독일 지사가 DG이다.

    트라우트만 사장은 "DG는 신뢰를 바탕으로 뛰어난 아티스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기술 혁신이 일어나도 이러한 중심 철학, 초심은 변하지 않는다"며 "DG의 앞선 기술력은 전 세계인들에게 음악을 잘 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