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개연성 크다" 발표에, 학부모들 "제도적 문제... 근본 대책 마련해야"
  • ▲ 서울시교육청. ⓒ뉴데일리 DB
    ▲ 서울시교육청. ⓒ뉴데일리 DB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일명 '쌍둥이 전교 1등' 사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시험지 유출 개연성이 크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학부모들은 물론 교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교육당국이 '상피제'를 해결책으로 내놓왔지만, 근본적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교육당국이 이런 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명확한 조치를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가 공교육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뉴데일리>가 만난 학부모와 교육계 관계자들은 현직 교무부장의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교사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제도적 문제"라면서 근본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50대 학부모 A씨는 "시험지 유출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교사 잘못이 가장 크지만, 근본적으로 수시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부모로서 욕심을 부린 것 아니겠느냐"며 "정시 비중을 크게 확대해야 학부모들의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도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있는 시점에서 '교무부장'이란 직책은 오해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무조건 내려놓았어야 했다"면서 "애당초 교사 학부모와 자녀 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직 교사 의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선 고교 교사이자 40대 학부모 C씨는 "꼭 교무부장이 아니더라도, 교사는 어쨌든 학생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절대 같이 다녀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나도 자녀가 있지만 의심을 사가며 굳이 같이 다닐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은 '학교 내 교원 자녀가 재학할 경우 자녀가 속한 학년의 정기고사 문항 출제와 검토에서 관련 교원은 배제하도록 규정한다'는 서울시교육청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학부모들이 부모교사-학생자녀의 '근본적 분리'를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내년 3월부터 '상피제(相避制)'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인척 관계를 숨길 수 있고, 사립학교는 상피제 적용이 어려워서다. 상피제는 교사인 부모와 학생인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 교사는 "학교를 다니면서 친분을 숨길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상피제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학교 성적이 대입 성적에 귀결되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공교육을 불신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