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통계? 오래 살다 보니 별 친구의 별소리 다 듣겠구먼.
  •  황수경 전(前)통계청장은 왜 갑자기 경질되었나? 본인은 이임사에서 "윗선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통계가 정치에 오염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 이후 소득격차가 더 심화됐다는 통계 때문에 밀려났다는 관칙이 있다. 사실인가?

     통계란 무엇인가? 통계는 유용한 방법론이다. 그러나 거기 너무 매이는 것도 그렇다. 숫자는  최소한의 객관적 자료다. 그러나 인생과 세상사에선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감성과 우연성의 측면도 있다. 태풍 솔릭이 갑자기 약해진 걸 보라. 그건 통계와 반드시는 일치하지 않는 즉흥성이었다. 통계는 그래서 참고자료다. 그 자료를 다루는 인간의 총체적 역량과 혜안(慧眼)은 그 위에 있다. 객관적 자료 못지 않게 인간 마음의 창조성을 중시해야 한다. 

     통계라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는 미국의 한 대학생이 열었다는 웹사이트 ‘그럴싸한 상호연관성(Spurious Correlations)’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통계를 무시하기 위해 이 사이트를 연 게 아니라 흥미를 돋우기 위해 열었다고 했다. 그가 조사한 그럴싸한 상호연관성의 통계장난은 이렇다. 그의 자료는 미국 질병관리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와 미국 조사처(U,S. Census)에서 구했다고 했다.

     @...높은 언덕에서 누가 밀쳐 죽인 사람의 수는 미시시피 주 터스콜라 카운티의 강수량과 상호 연관(correlate)된다.

    @...미스 아메리카의 나이가 점점 더 낮아지는 건 뜨거운 김에 데어죽은 사람의 수와 상호 연관된다.

    @...사회학 박사학위 수여 수는 혈액응고 방지제를 먹다가 잘못 돼 죽은 사람의 수에 정비례한다.

    @...개인당 모차렐라 치즈 소비량은 공학박사 학위 수여 수와에 정비례한다.

    @...수영장에서 실족해 빠져죽은 사람의 수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하는 영화의 수와 상호 연관된다.

     이쯤 해두자. 그 만큼 통계의 힘을 빌어 사람을 홀릴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다 중대사 앞에서 이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통계가 잘 쓰이는 모양이다. 때로는 신통하게 맞는 수도 많으니 이걸 안 보기도 어렵고. 

     정치가 통계에 너무 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냉정히 참고하는 정도가 좋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적인 책임을 고지식한 통계청장에게 씌우는 건 좀 그렇다. 신임 통계청장은 “앞으론 좋은 통계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하하. 좋은 통계? 오래 살다 보니 별 친구의 별소리 다 듣겠구먼. 설마 ‘그럴싸한 상호연관성’을 또 만들어 보이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8/2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