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시점 정해지면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말 바꿔… 폼페이오 방북 취소 영항 받은 듯
  • 지난 7월 19일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 3차회의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7월 19일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 3차회의 모습. ⓒ청와대 제공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9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한다는 원칙과 적정한 시점이 정해지면 실무적인 절차와 진행은 그에 맞춰 얼마든 집중적으로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남북 정상회담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가정법'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내심 청와대가 정상회담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13일 "북한이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2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큰 문제에 실무적인 이유 때문에 시기가 변동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간에 긴밀히 논의 중이고 각종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여러 외교적 현안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튼튼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언급은 남북정상회담이 9월 안에 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김 대변인은 "점검이 필요하다는 차원 정도로 말을 했고, 남북정상회담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며 "오히려 말씀드렸듯이 북미 간에 교착상황이 돼서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했다. 이어 "막힌 곳을 뚫고 좋은 길을 더 넓히는데 남북정상회담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정법을 사용해, 조건부로 언급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는 원칙과 적정한 시점이 정해지면 실무적인 절차와 진행은 그에 맞춰 얼마든 집중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김 대변인이 언급한 '(가을에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는 원칙은 이미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4월 판문점 선언에서 정한 내용이다. '적절한 시점' 역시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9월내'로 이미 시기를 압축한 상태다. 특히 지난 13일 김 대변인이 직접 "9월 초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하면서, 9월 중순 이후로 날짜를 짚은 바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삼 가정법으로 다시 언급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비록 김 대변인이 남북정상회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심 청와대가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실무회담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 이 부분도 분명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발 변수 등장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일단 북한이 초대한 주인이니까 북측이 북의 사정을 감안해서 (정상회담)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개략적인 범위만 정해졌을 뿐, 정확한 날짜는 북한과 다시 의논해봐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다. 김 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이후 일정은)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겠느냐"며 " 거기에서 의제나 구체적인 내용들이 다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있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또한 22일 두번째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언급되자 "여러 번 말씀드렸듯 북미 관계 발전이 남북 관계 발전을 촉진하고, 남북 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를 이끄는 그런 선순환이 돼야 한다"며 "하여튼 북미 관계가 빠르게 진전을 보면서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은 커녕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발표한지 하루만에 돌연 취소키로 결정했다. 최근 미국과 북한 사이 냉기류가 형성된 배경으로, 미국에서는 북한 김영철의 '호전적 서신' 때문이라는 보도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 역시 경색된 모양새다. 실제로 앞서 언급됐던 '실무회담'에 대해 김 대변인은 28일 "지금 그걸 공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서 북측과 소통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무회담을 마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발언이다. 지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기간에 한달 가까이의 시일이 걸렸다. 실무회담이 지연된다면 9월 내 남북정상회담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북한이 그간 미국과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돌파구로 남한을 선택한 전례도 있어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여부 자체를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4.27남북정상회담 이전인 3월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은 중국과 만나며 단계적 조치를 언급, 일괄 타결을 언급한 미국과 시각차를 드러낸 적이 있다.

    6.12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도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5월 24일, 정상회담 취소를 북한 김정은에 보내는 서신 형태로 공개했다. 이에 회담이 무산되는가 했지만 직후인 5월 26일 북한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예정대로 6월 12일 센토사에서 미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