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직권 취소' 요구하며 청와대 앞서 연일 농성... 9월엔 민노총 산별노조와 연대투쟁 계획도
  •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및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연가·조퇴 투쟁을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및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연가·조퇴 투쟁을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위원장 조창익)의 반(反)정부 시위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달부터 청와대 앞에서 진을 치고 정부를 향해 연일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각 지부장·해직교사 등 조합원 수십명을 삭발·단식 투쟁 전면에 내세우면서까지 '떼쓰기'식 무리수를 두고 있다. 민노총 산별노조까지 합세해 추석연휴 전까지 대대적 연대투쟁에 나설 계획도 세웠다. 거대노조들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최종 결집해 단기간 안에 정부의 직권취소를 받아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2013년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현직 교원에 한해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전교조는 자체 규약을 앞세워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전 정부가 전교조에 다짜고짜 법외노조 처분을 내린 것도 아니다. 수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전교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외노조' 신세가 된 전교조는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1·2심 모두 패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청와대·교육부·사법부 무시… 전교조는 어느 나라 단체?

    지난 6월 18일 전교조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전교조는 "전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무효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가 직권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틀 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직권취소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자, 전교조는 7월 초 2천명 규모의 연가투쟁을 벌였다. 분노에 가득찬 이들의 요구안에는 '김의겸 해임'이 추가됐다. 동시에 전교조 조합원 40명에 대한 삭발식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창익 위원장은 "김 대변인은 오만과 편견에 가득찬 브리핑을 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에서 정상적인 답변을 했는데도 애꿎은 대변인이 한순간에 '적폐'로 몰린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역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교조가 정부와 사법부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 만한 대목이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법외노조 문제는 대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번복하거나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유독 전교조만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떼쓰기'에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무도 제지 않으니 전교조 목소리는 나날이 커져 

    전교조는 지난달 16일부터 청와대 앞으로 농성 범위를 확대했다. 같은 날 조창익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가 가장 합당한 해법"이라며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포했다. 그는 지난 11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빈 자리는 전교조 지부장 및 해직교사들이 '릴레이 단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전교조의 비상식적 투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교사·공무원 노동3권 보장 공동행동'(공동행동)이라는 단체가 출범했다. 이들은 출범식에서 "정부가 공(법외노조 문제)을 국회로 넘기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촛불이 쥐어 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동행동의 주축인 민노총은 이미 이번달 말부터 9월 추석연휴 전까지 이어지는 시위 일정도 발표했다. 시위에는 민노총 산별노조가 대거 포함됐다.

    건설산업연맹·교수노조(28일), 공공운수노조·비정규교수노조(29일), 금속노조·대학노조(30일), 공무원노조·언론노조(31일), 서비스연맹·여성연맹(9월 3일), 민주일반연맹·정보경제연맹(4일), 민노총 서울·경기·인천본부(5일), 보건의료노조·화섬연맹(6일), 민노총(7일), 민중공동행동(10~14일), 시민·사회·교육단체(17~21일) 등이다. 이들은 전교조 농성장에서 연일 선전전 및 촛불시위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 A씨는 "전교조 혼자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직권취소가 안 되니까, 다른 분야 세력을 끌어들여 국민 목소리라고 포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법외노조 문제는 법적으로 따질 부분이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사법부 판단으로 내려진 결과로, 전교조가 법을 준수했다면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결정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교조가 폭주하는 데는 정부의 미온적 조치가 한 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외노조인 전교조는 노조전임자를 두는 것이 불가하고, 교육부 역시 노조전임 불허(不許) 방침을 명확히 밝혔는데도 현재 과반 이상의 시·도 교육청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 <17개 교육청 중 12곳… '전교조 전임' 불법 허용>

    그러나 교육부는 '시정 공문'만 각 교육청에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이 굳이 시정하지 않아도 제재가 사실상 없다보니, 전교조 전임을 허용하는 교육청은 늘어가고 있다. 반면 전교조 전임을 불허한 극소수 교육청에는 전교조의 조직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태풍 오는데 전교조 농성장 찾은 교육감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親)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은 단순히 노조전임 허용에 그치지 않고, 외부 시선을 외면한 채 전교조와의 친분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이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전국 다수 학교에 휴업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전국 교육감 5명이 전교조 농성장을 찾아 조합원들을 격려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비롯해 김승환(전북), 김지철(충남), 민병희(강원), 최교진(세종) 교육감 등이다.

    교육감들은 "전교조 투쟁이 길어질수록 교직 사회의 상처는 깊어질 것이며 사회적 갈등 역시 어려운 지경에 놓일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서울시 유초중고에는 24일 휴업명령·권고가 내려졌다. 전북·세종·강원은 모든 학교에 휴업령이 내려졌고 충남도 도내 일부 학교가 휴업했다. 5명의 교육감이 각 지역의 휴업령을 결재한 장본인이었던 만큼, 교육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계 관계자 A씨는 "당시 많은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각 지역의 교육수장인 교육감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교조가 법을 무시하고 농성하고 있는 장소에 교육감들이 찾아가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외치는 것은 자기 지역의 교육감이길 포기한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전교조 교육감이라는 것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설령 마음으로 전교조와 뜻을 같이 한다고 해도,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감으로서 행동할 땐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행동할 거면 교육감 자리를 내려놓고 전교조 조합원으로 들어가서 같이 농성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