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보자" 잠실에 '9만 아미' 운집공연장 앞 '암표상' 극성…구매하는 팬들도 상당
  • 점심 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1시 30분. 기자회견장 입장 시각은 23일 오후 3시였으나 번잡한 상황을 최대한 피해보고자 조금 일찍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했다. 짐작은 했지만 지하철 칸에 타고 있던 젊은 여성 대부분이 같은 역에서 내리니 신기했다. 올림픽주경기장으로 가기 위해선 6,7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 이미 거대한 물결을 이룬 방탄소년단 팬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더욱 눈길을 끈 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지하철 역사 바닥에 앉아 있는 팬들이었다. 돗자리나 신문지 등을 깔고 앉은 팬들은 저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며 잠시 후에 열릴 공연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역사 밖으로 나오자 팬들이 왜 저렇게 안에서 서성이고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종합운동장 인근에는 비를 피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 종합운동장에 입점해 있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은 이미 만원이었다. 유일하게 앉을 수 있는 곳은 출구 앞에 위치한 허름한 포장마차였다. 떡볶이와 닭꼬치가 주 메뉴인 이곳에선 특이하게도 우의를 같이 팔고 있었다. 실로 대단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일행과 함께 떡볶이 두 접시와 닭꼬치 두 개를 먹었을 뿐인데 만 4천원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떡볶이에 방탄소년단 프리미엄이 단단히 붙은 모양이다.

  • 회견 장소로 가기 위해 티켓박스를 지나 남직문으로 가는 도중 전대를 두른 암표상들을 여럿 만났다. 이와 동시에 뒤늦게 현장에서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도 상당수 있었다. 한 외국 여성은 "티켓을 구해요"라고 쓴 종이박스를 치켜들고, 입장하려는 팬들 주위를 서성였다. 수요가 있는 곳엔 반드시 공급도 있는 법. 이 외국인처럼 안일하게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있는 한, 시장을 어지럽히는 암표상들은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온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콘서트는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에 무려 26개의 트랙을 집어 넣은 방탄소년단은 이번 콘서트에서도 25개에 달하는 곡들을 공연 목록에 올리고 중간중간 팬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다채로운 무대를 구성했다.

  • 공연의 스타트는 이번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인 '아이돌(IDOL)'이었다. 시작부터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나왔다. 심장을 울리는 우퍼 스피커 소리에 하이톤의 함성 소리까지 겹치면서 엄청난 음압(音壓)이 느껴졌다.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했던 특유의 '칼군무'가 펼쳐지자 사방팔방에서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팬클럽 '아미(Army)'를 형상화한 무대도 압도적이었지만, 잘 구성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춤사위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극대화시켰다.

    아미들이 흔드는 '아미봉'의 오색찬란한 불빛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 '아미봉'은 주최 측의 통제를 받으면서 좌석 별로 총 4가지 색으로 변화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신곡을 포함해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관통하는 히트곡들이 나올 때마다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멤버들의 남다른 감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솔로 무대도 팬들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들을거리였다. 구르고 뛰는 와중에도 음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무대를 위해 이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왔는지가 느껴졌다.

  • 3시간 가까이 치러진 공연은 지루할 틈조차 없었다. 돌아가며 매력을 발산하는 멤버들의 공연마다 아미 팬들은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하기 바빴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방탄소년단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안무와 노래로 월드 스타급 무대를 선보였다. 갓 발매된 신곡마저 '떼창'으로 따라부르는 '아미'들의 열정도 가수들 못지 않았다. "자신들의 모든 영화와 기록들은 모두 아미가 만들어 준 것"이라는 슈가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더욱 기대를 모으는 건 이날 공연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서울을 기점으로 '러브 유어셀프' 투어에 돌입한 방탄소년단은 오는 9월부터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 독일, 일본 등 15개 도시에서 장장 32회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 = 뉴데일리 DB / 빅히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