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낸 송갑석, 대한민국 국회의원 맞나" 납북인사가족協 집회
  •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10만 전시납북자 은폐하는 더불어민주당 범국민규탄대회'에서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10만 전시납북자 은폐하는 더불어민주당 범국민규탄대회'에서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납북자(拉北者).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북한의 부당한 개입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납북돼 북한 지역에 억류 또는 거주하게 된 사람을 일컫는 용어다. 6.25 당시 납북된 '전시납북자'는 8만 2,959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납북자' 대신 '실종자'로 표기하도록 하는 법안이 집권 여당에서 발의되면서 시민단체 및 납북자 가족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10만 전시납북자 은폐하는 더불어민주당 범국민규탄대회'를 열고 "집권여당의 극악무도한 법안 테러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으로 전시납북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니 '납북자' 쓰지말자고?

    가족협의회는 이날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납북자'를 '실종자'로 변경하는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논란을 야기시켰다"고 소리 높였다.

    앞서 13일 민주당 소속 송갑석 의원은 6·25 때 북한에 끌려간 민간인의 법적 명칭을 '납북(拉北)자'가 아닌 '실종(失踪)자'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제안이유에서 "납북자라는 표현은 북한 측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단어다. 이에 납북자 표현을 '전시실종자'로 변경함으로써 법률상의 용어로 인한 남북관계에서의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송갑석 신경민 정재호 이훈 박정 안규백 김병관 권칠승 박홍근 박광온 이수혁 심재권 의원이다. 해당 개정법률안이 통과할 경우 '납북피해'는 '실종피해'로 '납북피해자'는 '전시실종피해자'로 변경된다.  

  • ▲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10만 전시납북자 은폐하는 더불어민주당 범국민규탄대회'에 참석한 이미일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 회장, 도태우 변호사,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10만 전시납북자 은폐하는 더불어민주당 범국민규탄대회'에 참석한 이미일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 회장, 도태우 변호사,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우리가 북한에 종속된 노예 국가인가"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장 이날 범국민규탄대회 인사말에서 "납북사건이 얼마나 기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라는 사실인지,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피눈물 나는 노력을 20년간 진행해왔다. 그런데 실종자라니 이 무슨 날벼락인가. 북한이 싫어한다고 눈치를 보나. 우리가 북한에 종속된 노예 국가인가"라고 통탄해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기념관 건립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위안을 삼았고, 올해 남북 회담이 시작됐을 때는 납북 가족 생사확인만이라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집권여당이 아예 납북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송갑석 의원은 사죄 및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차원에서 전시 납북자 문제가 본격 거론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당해년도에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에관한법률, 즉 이른바 전시납북자법이 제정됐다. 납북자 가족들이 입법청원을 본격 전개하면서다.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에는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가 들어섰다.


    "가족이 내 눈앞에서 끌려가는 걸 봤는데 실종이라니"

    이희문 북한자유글로벌네트워크 대표는 "작은 아버지가 고모부와 끌려가는 걸 내 눈으로 목격했다. 가족이 내 눈 앞에서 끌려가는 걸 봤는데 실종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내 가족이 잡혀하는 걸 똑똑히 봤는데 그걸 실종이라고 둔갑시켜버리면 피가 끓지 않겠나"며 "전세계가 다 아는 납북 범죄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속된 말로 쪽팔리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납북'의 단어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한사코 납북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6.25 개전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 변호사는 "평화협정이 들어가기 전, 10만에 가까운 납북자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북한 주장에 동조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런 법안을 발의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실수였다고 믿고 싶다"고 했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역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덮어버리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이 자행한 범죄에 대해 관할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 아버지를 당장 소환하라"고 촉구했다.



  • ▲ 24일 '10만 전시납북자 은폐하는 더불어민주당 범국민규탄대회'에 등장한 송갑윤 민주당 의원 규탄 손피켓.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4일 '10만 전시납북자 은폐하는 더불어민주당 범국민규탄대회'에 등장한 송갑윤 민주당 의원 규탄 손피켓.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전대협 4기 의장 출신 송갑석,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이희문 북한자유글로벌네트워크 대표는 "송갑석 의원은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5년 징역을 산 인물이다. 과거야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랬다고 칠 수도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돼서도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일성의 건강한 모습이 TV에 나오면 흐뭇함을 느낀다. 북한은 정의와 자주권이 보장된 한반도 유일한 정통 정부다. 정의가 살아있는 곳은 북한 밖에 없다."

    송갑석 의원이 1991년 안기부의 '자주민주통일그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했다고 알려진 발언이다. 그는 전대협 4기 의장 출신으로 참여연대 운영위원, 노무현재단 지역운영위원, 문재인 대통령 후보 비서실 부실장 등을 지냈다.

    이희문 대표는 과거 송 의원이 했다고 알려진 발언을 지적하며 "아직도 그런 정신 나간 생각으로 해당 법안을 발의했나. 광주에 그렇게 인물이 없나. 어떻게 이렇게 자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기본함량 미달인 자가 국회의원이 됐나"고 반문했다. 현재 송갑석 의원은 납북피해 가족들로부터 '명예훼손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당한 상태다. 

    도태우 변호사는 "실종자라는 것은 '이유없이 행방이 묘연한' 뜻이고 납북자라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북한당국에 의해 억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서로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도 변호사는 "10만에 달하는 납북자들이 이유 없이 가족을 떠나버린 그런 사람 취급을 받게 됐다. 아울러 70년이 넘는 시간동안 북에 생존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납북자 가족이 마치 허망한 것을 좇고 대국민 사기극을 한 것마냥 매도해버린 꼴"이라고 강조했다. 

  •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번 법안 철회 않는다면 민주당은 당 명칭에서 '민주' 떼야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이번 개정안은 북한의 떼를 고스란히 들어주는 형국"이라며 "북한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야만의 시대를 끌어가고 있는 집단인데 여기에 동조하는 움직임 아닌가"라고 민주당 송갑석 의원의 법안 발의를 규탄했다.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는 국가 정책에 따라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 △반인도적 범죄는 체제 유지 및 지도층 보호를 위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뤄짐  △북한 인권 개선 위해 김정은을 포함한 개인의 형사책임 추궁 필요 등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이는 북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석우 전 차관은 해당 사실을 들어 "이미 국제사회가 다 아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법안을 발의한 송갑석 의원 등은 법안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당 명칭에서 '민주'를 빼야한다. 정작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면하면서 무슨 민주당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질질 끌려다녀선 결국 우리 운명이 북한 2500만명 동포와 똑같이 될 것"이라며 "그냥 이산가족 문제도 해결해야하지만 자기 의사 반해서 납치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말 우리 정부의 급선무"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가족협의회는 "송갑석 의원은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전시납북자들에 사죄 및 의원직을 사퇴하라",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으로 전시납북자 문제해결에 앞장서라", "정부는 남북회담에서 북한에 전시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라", "북한은 범죄를 시인하고 전시납북자를 송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