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넨 “北의 핵무기 및 시설 신고만으로 비핵화 의지 확인 안 돼”
  •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주한 美대사관 주변에서 시위하며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주한 美대사관 주변에서 시위하며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9일(현지시간) 존 볼턴 美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 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곧 네 번째 방북길에 오를 예정이며 김정은과의 면담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무기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물밑 합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7일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핵무기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前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의 주장을 전했다.

    올리 하이노넨 前IAEA 사무차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달리 美의회 비준도 필요 없고 정치적 의미만 가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 여파는 매우 복잡할 것”이라며 “북한이 단순한 핵시설 목록만 제출하는 것과 종전선언을 맞바꾼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前IAEA 사무차장은 “美정부가 북한에게서 단순히 핵무기 규모와 위치 등에 대한 핵신고만 받은 채로 종전선언에 합의하면 곤란하다”면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이 특정 기간 내에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제거하고 핵무기 및 핵물질 생산 시설을 해체하겠다는 명확한 일정표를 제시하고 약속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앨먼 英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전에는 종전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미국이 섣부른 종전선언으로 북한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빌미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희망 섞인 기대를 하기도 했다.

    "北핵신고-美종전선언 맞교환 해도 무방" 의견도

    반면 다른 의견도 있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美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핵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핵시설을 신고한다면 종전선언을 해도 무방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무기 포기 선언과 함께 핵물질 및 무기 생산시설의 위치, 핵무기 보유수량 등을 철저히 신고하고, 현장에 미국인의 접근을 허용한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어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 ▲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한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8월 이내에 방북한다면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지속하기를 원하는지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나 군사적 압박에 나서기를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아직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직접 밝힌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 기업·개인을 독자제재 목록에 추가한 것은 북한 측에 시간이 별로 없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美중간선거 이전까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정부는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미국 등 해외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낙관하는 발언을 계속 내놓는 것을 보며 북한의 핵신고와 종전선언을 실제로 맞교환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美NSC보좌관조차도 지난 19일 美ABC 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고 미군 유해를 돌려줬다고 자주 언급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