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생사확인 시급"… 상봉은 꿈도 못꾸는 '탈북민' 등 제2의 이산가족들 아픔도 헤아려야
  • 이산가족 영상편지 영상 캡처 @ 뉴데일리DB
    ▲ 이산가족 영상편지 영상 캡처 @ 뉴데일리DB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남측에서 최종 선발된 고령의 이산가족 89명이 20일 오후 3시 북한 금강산으로 출발한다. 이번 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환영하고 지속적인 추진을 기원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9일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현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68년의 한을 풀고 혈육을 만나게 될 이번 상봉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역시 “정부는 생사확인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이산가족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산가족은 전쟁이 낳은 비극인 만큼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13만2,603명 중 생존자는 5만6,862명, 그들의 63%는 80세 이상 고령자라고 한다. 이번처럼 해마다 80여 명씩 5만 6862명이 모두 상봉하자면 630년이 더 소요된다. 그마저도 해마다 이산가족 행사를 정상적으로 개최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가능한 숫자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의 1차 추첨 경쟁률은 568.9 대 1에 달했다.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이다. 5만 6862명 중 이번에 당첨된 89명을 제외한 5만 6773명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희망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들은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른 채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처사"라며 "생사확인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이산가족, 3만 2000여명의 '탈북민'   

    이산가족 상봉 소식에 한숨만 쉬어야 하는 또 다른 이산가족들도 있다. 바로 3만 2000여 명의 탈북민이다. 그동안 탈북민들은 국내에서 이산가족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 탈북민들도 신청자에 한해서 통일부에 이산가족 등록이 가능해졌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등록을 신청한 탈북민들에 대해 이산가족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보낼 영상편지도 찍도록 배려해 주었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이산가족으로 인정해주었다는 것에만 만족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

    탈북민들이 남북 정부의 공식 승인으로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상봉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탈북민이 정부에 이산가족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혹여 이산가족 등록이 가능하다고 해도 자신과 북의 가족들 신변안전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의 도움으로 쓴 가족들에게 보내는 눈물의 영상편지는 자그마한 USB에 담겨 탈북민들 본인에게로 돌아온다. 탈북민 이산가족들은 상봉이 아니라 메시지 전달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만약 기존 5만 6862명 이산가족과 새로운 이산가족인 3만 2000명의 탈북민들까지 상봉이 가능해진다고 하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상봉으로는 1000년이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