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다니는 부모·자녀 23.7%…학교선택권 침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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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교사인 부모와 학생인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상피제(相避制)'를 내년 3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상피제'란 고려·조선시대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범위 친족간 같은 관서에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상피제' 논의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에서 교무부장의 두 딸이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사건이 사실상의 촉매가 됐다.교무부장에게 시험지 결재 권한이 있다는 점을 비롯해 "평소 두 여학생의 성적이 높지 않았다"는 의혹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부모 교사가 자녀 성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거세질 양상을 보이자, 교육당국이 논란의 여지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17일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인사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농산어촌 등 통학 여건상 상피제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부모 교사를 평가 업무에서 배제하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2360개 고교 중 560개교(23.7%)에서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교사는 1,005명, 그 자녀는 1,050명이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관련 인사규정을 만들고 내년 3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사립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인사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학교법인 내의 다른 학교로 부모 교사를 배치하거나, 공립학교와 인사교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현직 고교 교사 A씨는 "어쨌든 부모 교사가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심을 사면서까지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다"며 "초등학교는 몰라도 지필평가를 보는 중·고교는 원칙적으로 막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한편, 상피제가 당사자들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로 집에서 먼 학교에 다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