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다니는 부모·자녀 23.7%…학교선택권 침해 논란도
  •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뉴데일리 이기륭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뉴데일리 이기륭
    교육당국이 교사인 부모와 학생인 자녀가 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상피제(相避制)'를 내년 3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상피제'란 고려·조선시대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범위 친족간 같은 관서에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상피제' 논의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에서 교무부장의 두 딸이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사건이 사실상의 촉매가 됐다.

    교무부장에게 시험지 결재 권한이 있다는 점을 비롯해 "평소 두 여학생의 성적이 높지 않았다"는 의혹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부모 교사가 자녀 성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거세질 양상을 보이자, 교육당국이 논란의 여지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17일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인사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농산어촌 등 통학 여건상 상피제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부모 교사를 평가 업무에서 배제하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2360개 고교 중 560개교(23.7%)에서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교사는 1,005명, 그 자녀는 1,050명이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관련 인사규정을 만들고 내년 3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인사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학교법인 내의 다른 학교로 부모 교사를 배치하거나, 공립학교와 인사교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직 고교 교사 A씨는 "어쨌든 부모 교사가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심을 사면서까지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다"며 "초등학교는 몰라도 지필평가를 보는 중·고교는 원칙적으로 막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상피제가 당사자들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로 집에서 먼 학교에 다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