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독립 요구하는 원외정당 연설 소식에 전·현직 행정장관도 가세
  • 홍콩에서 한 군소정당의 공개연설을 두고 전·현직 행정장관과 전 홍콩총독까지 가세한 큰 논란이 벌어졌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원외정당 홍콩민족당 앤드루 찬(陳浩天) 대표의 14일 홍콩외국기자회 (FCC) 공개연설을 두고, 시내 중심가의 FCC 회관 주변에는 친중 및 반중 시위대 수백 명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이들은 회관 내에서 진행된 연설을 방해 혹은 옹호하려 확성기를 동원해 고성을 질러댔다.

    FCC는 홍콩 주재 외신 기자들을 중심으로 홍콩 언론인과 외교관 등 2,4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유력 단체이다. 원래 1943년 장개석의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단체로 충칭(重慶)에서 결성됐으나 중국 공산화 이후 홍콩으로 이전했다.

    지난 7월 16일 홍콩 정부는 홍콩민족당에 대해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를 700장의 문서로 경찰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 후 앤드루 찬 대표의 FCC오찬 연설 일정이 잡히자 중국외교부 주홍콩 특파원 공서가 나서서 FCC에 연설취소를 촉구했다.

  • 논란이 증폭된 것은 현재 뇌물죄로 수감 중인 도날드 창(曾蔭權) 전 장관을 제외한 역대 전·현직 행정장관이 총출동한 후이다.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과 퉁치화(董建華) 초대 행정장관은 해당 연설이 부적절하다고 발언했고, 전 행정장관 렁춘잉(梁振英, 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政協 부주석)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정부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으로 중심가의 건물을 임대하고 있는 FCC는 홍콩민족당에 대한 연설허가를 재고하기 바란다고 바란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촉구했다.

    이 같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FCC는 ‘정부가 무상으로 건물을 임대해 주고 있는 단체도 있다’ 며 언론 자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고, 홍콩기자협회도 탄압이라며 이를 거들었다. FCC는 시내 중심 센트럴의 107년 된 건물을 정부로부터 임대 중이다.

    특히 영국 통치시절 마지막 홍콩 총독인 크리스 패튼 경이 “아무도 시민들을 검열할 수 없다”고 AFP에의 이메일 메시지를 통해 홍콩정부를 비난하고 나서자, 렁춘잉 부주석이 이에 “남경대학살이나 독일 유태인학살을 부정하는 것과 비슷한, 테러리스트의 논리인 홍콩독립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응수하여 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일 연설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연설에서 논란의 한 축이 된 FCC의 빅터 말럿 대표 대리는 모두 및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 연설이 FCC의 홍콩독립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도 FCC에서 연설할 수 있다”고 말하며 “시위대와 경찰의 치안 유지를 도와준 홍콩정부에 감사한다. 시위대는 FCC외부에서 발언할 자유가 있고, 홍콩민족당은 FCC내부에서 발언할 자유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 앤드루 찬 홍콩민족당 대표는 본 연설에서 “중국은 일국양제가 아닌 1帝國1制를 향하고 있다. 티베트나 위구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고문 처형이 홍콩과 대만에서 향후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독립만이 홍콩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이 중국의 금융경제에 영향력을 쥐고 있는 홍콩의 정세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고 호소했다.

    홍콩 당국은 연설 직후 비난성명을 발표했으며, 일부 홍콩 언론은 당국의 FCC에 대한 제재조치가 곧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