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보다 허술해진 서사, 출연진 안티 여론이 흥행 발목 잡아
  • 190억원이 투입된 SF대작 영화 '인랑'이 개봉 3주 만에 VOD(video on demand / 주문형 비디오)로 출시됐다. 보통 개봉한 지 2~3개월이 지난 영화들이 VOD로 출시되는 전례를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시점에 시중에 풀리게 된 셈이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영화 '인랑'은 지난 14일부터 IPTV나 VOD, 포털사이트 영화다운로드 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에서 '인랑'을 상영 중인 극장은 대한극장이 유일하고, 전국적으로는 '충청 메가박스 제천'과 '강원 롯데시네마 동해'에서만 '인랑'을 단관 개봉하고 있다.

    하지만 상영 시간이 오전이나 오후 2시 등 불리한 시간대에 잡혀 있어 얼마나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5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급으로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 '인랑'은 8월 16일 현재 누적 관객수가 89만 6,435명에 그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인랑'의 손익분기점이 6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참패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시이 마모루 원작 애니메이션에 뿌리를 둔 '인랑'은 장르 영화의 귀재인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정우성과 한효주·강동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투입됐다는 사실 만으로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작품이다.

    아이언맨 슈트 제작자가 만들었다는 '강화 슈트'가 예고편에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인랑의 '참패'를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인간병기, '특기대'의 강화복 액션과 김지운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함이 더해진 액션의 향연"이라는 현란한 홍보 카피는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 매니아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 하지만 개봉 직후부터 "비주얼이 전부였다"는 혹평이 쏟아져나왔다. 원작이 가진 매력도 살리지 못했고, 실사 영화로서의 장점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무거운 주제 의식에 한국형 신파 멜로를 함부로 접목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정우성의 '난민 발언'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비판이 과열되면서 영화 '인랑'에 대한 '안티 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점도 '짠물 평점'을 부추긴 요소로 작용했다. 온라인에서의 인색한 평가는 결과적으로 오프라인에서도 관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

    결국 '인랑'은 원작과 비교해 너무나 허술해진 서사와 함께 일부 출연진에 대한 선호도 문제가 결부되면서 '흥행 참배'라는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일각에선 정우성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 '아수라'가 VOD 출시로 뒤늦게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점을 거론, 인랑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수라의 경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면서 덩달아 화제를 모은 것이지,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 '역주행 흥행'이 일어났다고 보긴 힘들다.

    결국 '인랑'은 돌발적으로 영화 외적인 흥행 요인이 발발하지 않는 이상, 100만 관객에 못미치는 저조한 실적으로 막을 내릴 공산이 크다는 게 영화계 다수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사진 및 자료 제공 = 앤드크레딧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