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달러 거래했다면 세컨더리 보이콧… '북한산 석탄' 알고도 방관했다면 한국 제재 가능”
  • ▲ 지난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반입사건 조사결과를 브리핑하는 관세청 관계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반입사건 조사결과를 브리핑하는 관세청 관계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관세청은 지난 10일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의 조사결과를 브리핑했다.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이 일부 무역업체의 일탈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석탄 밀반입 과정에서 신용장을 개설해 준 경남은행은 ‘무고한 피해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 목소리는 다르다. 일부 美전문가들은 "북한산 석탄 밀반입 때 대금 결제를 위해 신용장을 개설해 준 한국 은행들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한국 정부가 해당 사건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국 또는 유엔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北석탄, 달러로 거래했다면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15일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美조지타운大 교수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브라운 교수는 “북한산 석탄 대금 지불을 은행 계좌를 통해 달러로 했다면 미국이 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을 가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교수는 “대부분의 금융제재는 美정부의 제재로, 이를 위반해 미국 달러를 거래한 기관이나 기업에 미국이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엄연한 합법”이라며 “한국의 은행이 북한산 석탄 대금 지불을 위해 신용장을 개설하고 특정 계좌를 통해 달러를 송금했을 경우 이 돈을 러시아가 받았다고 해도 美정부는 해당 한국 은행을 제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는 미국이 자국 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상의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한국 업체가 대금을 어떻게 지불했느냐가 제재 여부의 관건”이라며 “대형 수입업체라면 아마 미국에 계좌를 갖고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의 경우 한국 은행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브라운 교수는 “다만 美정부가 한국의 은행을 제재하는 결정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므로 한국 정부에게 해당 은행에 경고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한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해 은행은 수입업체에 신용장만 발급했을 뿐이고 해당 은행을 거친 거래는 전혀 없었다”는 한국 내부 주장에 대해 브라운 교수는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수입업체가 어떤 경로로 석탄 대금을 지불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은행을 거치지 않고 거래를 했다면 수입업체가 석탄 수입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 ▲ 지난 7월 30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한국남동발전 유향렬 사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30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한국남동발전 유향렬 사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산 석탄 쓴 남동발전도 의심스럽다”

    “은행은 그저 서류만 검토하고 신용장만 개설했을 뿐”이라는 한국 측 주장에 대해 브라운 교수는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해당 은행이 의도적으로 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제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은행의 경우에는 북한산 석탄을 들여온 수입업체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관세청이 수사 결과를 통해 밝힌 “남동발전은 중개업체를 통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석탄을 입찰 받았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전혀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브라운 교수는 “발전 업계는 규제가 상당히 심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 매우 어렵다. 민간 발전업체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반입된 석탄이 무연탄이라는 점부터가 북한산일 수 있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한국 내 발전용 석탄의 절대 다수가 유연탄인 상황에서 뜬금없는 무연탄 수입을 의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북한산을 러시아산으로 속인 러시아 중개업체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美정부가 이런 ‘미미한 사건’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한국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재를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 美정부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직까지는 상황이 나쁘지 않으나 한국 정부의 태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북제재 미국 탓으로 돌리려는 한국 꼬집어

  • ▲ 지난 7일 포항 신항 제7부두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 중인 '진룽'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일 포항 신항 제7부두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 중인 '진룽'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소리’ 방송은 16일 美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제재법률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산 석탄 수입업체가 대금 지불에 어떤 돈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이 다르다”면서 “만약 거래가 달러로 이뤄졌다면 美정부가 제재를 적용하는 것은 적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련 은행과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숨기고 은행을 이용한 모든 업체들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 즉 美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탠튼 변호사는 더욱 심각한 이야기도 했다. “모든 은행들은 북한이 미국 금융시스템, 즉 달러를 사용하는 금융 네트워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법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며 “한국계 은행이 북한의 돈세탁이나 해외거래은행을 대신해 제재 대상과 관련이 있는 거래를 했다면 해당 은행은 상당한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만약 북한에 돈이 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中ZTE처럼 관련자들이 美정부로부터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美정부가 러시아 홀스크 항과 나홋카 항에서 오는 선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세관 검색을 하는데 북한산 석탄이 반입된 한국의 포항과 평택도 러시아 항구처럼 취급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명시돼 있고 美정부는 ‘대북제재와 정책 강화법’ 제205조에 따라 추가 세관 검색을 실시할 법적 근거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제재를 어기거나 북한 측과의 자금거래 또한 관련 법률 근거가 다 준비돼 있다고 한다.

    스탠튼 변호사 “中 ZTE처럼 형사처벌 후 구속될 수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반복적으로 제재 위반이 일어나고 관련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스탠튼 변호사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반박했다. "북한선 석탄의 한국 반입에는 수십여 척의 선박이 연루돼 있고 1년 동안 일어난 일인데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한국 정부와 은행, 수입업자들은 대북제재를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 경남 창원시에 있는 경남은행 본사 건물. 경남은행은 2001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됐다 2015년 4월 BN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남 창원시에 있는 경남은행 본사 건물. 경남은행은 2001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됐다 2015년 4월 BN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는 “따라서 이번 사건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원회 전문가 패널과 美정부가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수사 결과 한국이 북한산 석탄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관련 기관과 업체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재 대상 또한 조사 결과에 따라 발전업체가 될 수도 있고 수입업자 또는 은행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관세청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북한산 석탄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수입업자들에게 신용장을 개설해 주거나 거래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A은행, B은행, C은행 등은 구체적인 이름은 밝혀지지 않은 채 소문만 무성해지고 있다.

    정부 “경남은행은 무고한 피해자”…트럼프 생각은?

    16일에는 국회에서 신용장 개설 은행 가운데 한 곳의 이름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 7일 마산항을 통해 북한산 선철(무쇠) 2,100톤을 수입할 때 신용장을 개설해 준 은행은 경남은행이라고 한다. 유의동 의원은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 간의 직통 자료제출 시스템(CPC)을 통해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남은행을 ‘무고한 피해자’로 간주하고 있다. 관세청은 “신용장 발급 은행이 수입업체의 불법 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금융감독원 또한 ‘신용장의 추상성’ 원칙에 따라 서류상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에 경남은행에 대한 제재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경남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신용장 개설은행으로 알려진 A은행, B은행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의 해석은 美하원 외교위원회 법률자문 등의 시각과는 전혀 달라 향후 美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만에 하나 시중 대형은행인 A은행이나 B은행이 美정부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된다면 지금 리라화 가치 추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터키보다 더욱 위험한 ‘뱅크런’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남은행 측은 보도가 나간 뒤 경남은행은 선철 수입업체 T사에 신용장을 발행한 문제와 관련해 “관련 서류를 통해 수입물품이 러시아산임을 확인하는 등 정당한 과정을 거쳐 신용장을 발행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남은행 측은 북한산 선철을 수입한 T사의 신용장은 2017년 4월에 발행됐으며 수입 신용장 개설 때 필요한 서류들이 모두 완비돼 문제가 없었으며, 수입품목의 원산지 등 확인은 은행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뤄지는 부분으로, 당시 서류에서 원산지가 러시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 측은 “신용장 발행 업무는 신용장 통일규칙의 추상성 원칙에 따라 오직 서류만으로 가부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세청도 경남은행이 T사에 신용장을 발행해준 것과 관련해 수입업체의 불법 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