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의 비핵화’ 논의·협상이 물꼬를 튼다지만...다시 ‘굴종(屈從)의 평화’를 떠올리는 이유
  • 李 竹 / 時事論評家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아침녘은 선선할 거라는 기대감에서 동네 개천가에 산책 겸 운동을 나간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산책객들이 꽤 여럿이다.
      주인과 산책을 하는 강아지들은 제 심사대로 여기저기 코를 킁킁거리며 기웃거리기도 하고, 풀밭이나 개천가로 뛰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주인은 목줄을 잡아당겨 강아지를 제 꼴리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강아지야 버텨보지만 별 수가 없다. 끌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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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북녘의 비핵화(非核化)’와 관련한 여러 말과 부산한 움직임들이 나라 안팎에서 있어왔다. 물론 북녘에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非核化)’를 여전히 고집한다.
      그런데 ‘4·27 판문점회담’과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 문제가 더욱 복잡다단(複雜多端)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즉, ‘사기극’(詐欺劇)이 더욱 엉켜 돌아가고 있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러다가 요 며칠 사이에 양키나라의 떡대 좋은 ‘폼’장관이 북녘에 가기로 했고, 북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와 국외 반출, 폐기 핵무기 리스트 제출 문제를 협의 중이라는 뉴스가 떴다. 북녘은 이에 대한 대가로 체제 보장을 위한 ‘종전(終戰)선언’을 요구 중이라고 한다. 협의가 꼭 실천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사실(史實)이지만...
      또한 이어서 뛔국의 ‘시[習] 따거’가 북녘을 찾을 거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저런 걸 묶어, ‘북녘의 비핵화(非核化)’ 논의·협상이 그간의 교착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단다. 즉 그 ‘사기극’이 소품 정리를 끝내고 본 무대 2막에 오를 준비가 한창이라는 것일 게다. 물론 1막은 많은 국민들이 늦게나마 그 본색(本色)을 알아차린 4·27과 6·12였다.

      이런 와중에 남녘과 북녘 사이의 ‘3차 수뇌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게 거의 확정적인가 보다. 북녘에서는 “날짜까지 다 됐다”고 하는데 남녘에서 어물어물 하는 점이 왠지 요상스럽긴 하지만...

      엊그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는 그 ‘3차 수뇌회담’ 준비와 관련한 ‘제4차 고위급회담’이 열렸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 쭉 그랬듯이 그 회담은 북녘의 대표가 사실상 독무대를 꾸렸단다.
      그 ‘조평통’인가 뭔가의 위원장이라는 작자가 얼마나 철저히 ‘갑’(甲)질을 해댔는지, 거의 모든 언론이 혀를 내두르는 기색이다. 얼마나 자신만만했으면 “회담 공개”니 “투명한 회담” 등등을 내깔겼을 정도란다.
      그저 이런 모냥새가 “똥개도 자기 집 앞[북측 통일각]에서는 50점 따고 들어간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거라면, 크게 괘념할 바는 아니지 싶다. 그러나...

      엊그제 그 ‘고위급회담’에 대한 아무개 일간지 기사 중 몇 토막이다.

      = 회담 말미엔 리선권이 또다시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북이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생길 것이라며 “조명균 선생이 돌아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북과 남의 모든 일정이 진척되게 제 할 바를 다하자는 것을 특별히 이야기한다”고 했다. “9월 예정된 평양 수뇌 상봉과 회담 때 각자 책임을 다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대북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한 것이다... 리선권은 이날 회담 후 ‘예상치 않았던 문제’와 관련한 남측 기자단 질문에는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
      이 기사가 ‘가짜 뉴스’가 아니라면, 다소 길지만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 여럿이다.

      혹여, 그 북녘의 대표라는 작자가 남녘에 요구 사항을 내걸고, “우리는 핵보유국이야. 아직 핵무기 맛이 어떤지 모르지? 까불면 어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라고 눈을 부라린 거와 같다고 하면, 너무 나간데다가 과민·예민이 정도를 지나쳤다고 할까? 그리고...

      “너희들이 남녘 인민들에게 ‘평화’를 정착시켰느니 어쩌니 씨부리고 있다지만, 그 ‘평화’가 그저 하늘에서 떨어진 건 줄 아나? 우리가 하기에 따라 상황이 바뀐다는 걸 모른다고... 만일 우리가 동해안 쪽으로 미사일이라도 한방 갈기면, 너네 정권이 어찌될지 상상해 보라우. 남녘 인민들이 가만있겠어. 그러니 너희가 입에 달고 다니는 ‘평화’는 우리가 ‘개 줄’처럼 틀어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지. 그러니 시키는 대로...” 
      이런 공갈·협박과는 거리가 멀기만 할까?
      저들의 오야붕, 즉 ‘백도혈통(百盜血統) 세대주’가 어떤 분인가. “아주 젊은 나이인데도 상당히 솔직담백하고, 침착한 면모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연장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주 예의바른 모습도 보여줬다...”
      그런 분을 받들어 뫼시는 졸개 주제에 감히 그리 험악한 맘을 먹고 멋대로 짖어댈 리가 있을까, 없을까? 어찌 됐던 간에...

      저리도 그 오야붕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신 남녘 수뇌분께서 이번 8월 15일에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3차 수뇌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강조하셨다니 두고 볼 일이다.
      하긴 뭐... 이번에도 말만 풍년(豊年)인 느낌이라서 ‘사기극’을 쭈욱 지켜봤던 이 나라 국민들이나, ‘아직은 동맹국’인 양키나라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적잖이 거시기 하긴 하다. 까짓것, 그건 그렇다 치고...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를 식혀줄 ‘썰렁한 퀴즈’가 있다고 하니, 천천히 풀어보시길 권한다. 지금까지 읽은 거 복습도 할 겸해서...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북-미간에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민들이 전쟁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 평화가 일상화됐고... 신뢰와 상호 존중을 토대로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정상화가 시작됐고, 남북 대화가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과정에 진입했다...”

      문제 : 지난 4월 27일로부터 99일째 되는 날[8월 3일], ‘북악(北岳) 산장’에서 내놓은 ‘판문점 선언 100일 주요 성과 자료’의 일부라고 합니다. 위 내용을 제대로 지적한 문구들을 고르시오! [어려우면 당장 답을 찍지 않아도 됨]
      ① 순진무구 ② 얼간멍청 ③ 솔직담백 ④ 영악기만 ⑤ 현실적중 ⑥ 본질호도

      퀴즈의 정답은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단,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은 강아지와 산책을 하면서 답들을 선택하는 순간,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듯도 하다.
      ‘완전히 벗어난 공포’와 ‘일상화된 평화’의 뒷맛을 제대로 음미(吟味)한다면...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