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관세청장 VOA 인터뷰 “의심선박 97회 입항, 41회 검색… 정보 제공국서 비공개 요청”
  • ▲ 지난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수사결과를 브리핑하는 노석환 관세청 차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수사결과를 브리핑하는 노석환 관세청 차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세청은 지난 10일 노석환 차장을 앞세워 북한산 석탄 한국 밀반입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이후에도 관세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나왔다. “10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나온 결론이 일부 무역업체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믿으라는 말이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장이 북한산 석탄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인터뷰에서 묘한 이야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넉 달 동안 수사를 했고, 검찰 재수사 지휘를 거치면서 다시 4개월을 소비했다”면서 “수사 인력을 더 투입하고 유능한 수사팀을 배정했다면 시간이 단축됐을 수는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대목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을 수사할 때 한국 정부의 의지와 관심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오래 걸렸다, 또는 우리가 방치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를 통해 입수한 북한산 석탄에 대한 정보가 “한국으로 입항하는 배에 실린 석탄이 북한산일지도 모른다” 정도에 불과했다면서 그 실체를 찾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위성에 포착된 북한산 석탄의 러시아 환적 같은 경우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에 옮기면 바로 이튿날 배에 싣고 한국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몇 달 씩 항구에 쌓여 있다가 운반되는 경우도 있어 석탄이 모두 북한산인지 아닌지 확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주장이었다.

    김영문 관세청장 “좀 더 유능한 수사팀 투입했다면….”

    “그렇다면 시간을 2017년 10월로 되돌린다고 해도 결과가 똑같았겠느냐”는 질문에 김영문 청장은 “지금은 상황을 아니까 훨씬 빨리 수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문제가 될 줄 알았다면 수사 인력을 좀 더 투입하고 더 독려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 김영문 관세청장. 2005년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영문 관세청장. 2005년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 청장은 이어 “사후에 보니까 좀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수사팀장에게는 진짜 미안한 이야기지만 좀 더 유능한 사람들에게 사건을 맡겼으면 하는 생각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청장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는 관세청 브리핑이나 언론 보도에서는 알 수 없었던 부분도 포함돼 있었다. 북한산 석탄이 처음 밀반입될 때는 러시아산 석탄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는 점, ‘진룽’호를 비롯해 문제가 됐던 선박들이 2017년 10월 이후 최근까지 97번이나 한국에 들어왔고, 선박 검색은 41회 실시했다는 점, 북한산 석탄 관련 정보를 제공한 국가에서 비공개 수사를 요청했다는 점 등도 드러났다.

    김 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 측의 북한산 석탄 관련보도와 무관하게 수사는 계속 진행했을 것이고 그 결과도 발표하는 등 지금 상황과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수사결과 공개는 8월보다 더 늦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수사, 청와대 등 외압 없었다"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사로 인해 남북화해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압력을 받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청장은 “어떻게 보면 그런 게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외부 압력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진행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보고를 한다거나 지시를 받은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심스러운 선박이 입항했을 경우 검색을 요청받거나 업무 공조를 위해 외교부, 국가정보원, 청와대 등과 구성한 협의체는 존재하며 이를 통한 정보공유 차원의 보고는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관세청을 통해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 수사결과를 공개했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은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북한산 석탄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관세청 혼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를 한 김영문 관세청장은 마약수사와 첨단범죄 수사를 전문적으로 맡았던 검사 출신이다. 1965년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경남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2005년 노무현 정권 당시 민정수석실 산하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상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