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자체적 수익사업 벌여 '외화벌이'… 해산물·금광·무기 수출, 관광사업까지 손 대
  • 지난 7일 포항 신항 제7부두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진룽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일 포항 신항 제7부두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진룽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세청이 지난 10일 북한산 석탄 국내반입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한 이후 국내의 시선은 모두 관련업체의 대북제재 여부로 쏠렸다. 일부 언론은 “정부가 일부 수입업체의 일탈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북한산 석탄은 북한군의 생명줄이라는 점이다.

    지난 6일 ‘조선일보’에는 “북한 석탄은 인민군 먹여 살리는 수단”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북한군 탄광 지배인 출신 H씨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석탄 수출에 매달리는 것은 군부 등 특수기관들의 외화 고갈과 주요 탄광들의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조명록 “당신이 인민군 먹여살릴 거냐”

    H씨는 “북한에서 석탄 수출이 안 되면 특수기관의 외화벌이는 물론 탄광 가동까지 멈추게 될 수 있다”며 2000년대 중반부터 석탄수출을 관리하는 주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부터 석탄 수출로 많은 이익을 올리게 되자 대형 탄광 주변에 북한군과 권력 기관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기관이 인민군 총정치국이었다고.

    그 전까지 석탄 산업을 관리하던 박봉주 내각 총리는 김정일에게 달려가 “자원을 수출하면 안 된다”고 간언을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명록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박봉주 총리에게 달려가 “석탄 수출 그만두면 당신이 인민군 100만 명을 먹여 살릴 식량, 군복, 연료를 대라”고 윽박질렀다는 것이다.

    H씨의 말처럼 석탄이 북한군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외화벌이 품목이라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증언이 나온 바 있다. 북한군은 2013년 12월 장성택이 처형당한 뒤에는 오히려 석탄 수출을 늘렸다고 한다. 석탄 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양으로 매워 외화수입을 유지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 과거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했던 825 수산사업소. 북한군 소유 외화벌이 기업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거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했던 825 수산사업소. 북한군 소유 외화벌이 기업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석탄만큼이나 북한군에게 중요한 수출품은 수산물과 무기, 금, 아연 등의 광물 자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중순 김정은은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강원도 일대를 현지지도 했다. 당시 김정은이 들른 곳 가운데 ‘바다연어 양어장’과 ‘석막 대서양 연어 종어장’을 비롯해 영예군인(상이용사) 가방 공장, 인민군 제525호 공장 등이 북한군 산하 외화벌이 조직 소유 기업소였다. 이 외에도 김정은은 집권한 뒤 현지지도를 할 때마다 북한군이 운영하는 기업소를 시찰했다.

    김정은, 북한군 기업소 집중시찰

    이런 기업소에서 생산하는 품목의 대부분이 수산물이었고 종종 약초나 경공업품 등이 섞여 있었다. 北선전매체가 보도하는 김정은 현지지도 소식 가운데 수산물 생산업체가 유독 많은 이유도 바로 북한군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군이 별도의 영리조직을 보유하지 않지만 북한군은 과거부터 군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벌였다. 김정일 시절인 2005년 당시 통일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예산의 16%를 군에 할당하는 한편 자체적인 외화벌이 사업으로 예산의 일부를 충당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30여 개의 무역회사들을 북한군 산하에 두었다고 한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북한군은 석탄, 수산물 외에도 구리, 니켈, 아연과 같은 광물 자원과 금 등의 귀금속을 수출하면서 거액의 외화를 벌었다. 또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후에는 스릴 넘치는 여행을 즐기려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관광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북한 ‘고려항공’은 이런 외국인 관광객을 노려 중국 등과의 여객노선을 늘리는가 하면 평양 상공을 순회하는 관광 상품도 선보였다. ‘고려항공’이 북한군 공군 소속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북한 관광 또한 군부의 외화벌이 수단이라고 봐야 한다.

    유엔 안보리가 세계 각국에 수입을 금지한 북한산 제품이나 북한 관광 상품 대부분이 북한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생각하면 북한산 석탄 국내반입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