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초대한 북한이 주인"… 공동보도문에 '비핵화' 없는데, 9월에 또 북한 방문해 정상회담
  •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9월 안에 평양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4차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을 통해 "일정에 올라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며 "판문점 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회담의 목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데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것에 대해 지나친 저자세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번째 대통령 평양방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재임 이후 북한 김정은과 세 번째 만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에서 북한 김정은과 만난 이후 지난 5월 26일에는 북측 지역에서 한 차례 더 회담을 가졌다. 두 번의 만남 이후 3~4개월 만에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다시 정상회담이 열리면, 남북이 세 번째로 평양에서 가지는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10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났다.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만남은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세 번째 북한으로 넘어가 김정은을 만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동안 북한 김정일·김정은은 판문점 '평화의 집' 이외의 우리나라 지역을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매번 우리 대통령이 평양에 불려들어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야권의 관계자는 "헌법상으로 따지자면 북한을 국가라고 볼 수도 없는데, 매번 북한에 끌려다니는 모양새 때문에 국민들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청와대는 마치 평화가 코앞에 온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세 번째 정상회담까지 평양에서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 공동보도문에 '비핵화' 내용 없어

    남북이 합의해 내놓은 이날 판문점 공동보도문에는 "(이날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의 이행상황을 점검했다"고 언급돼 있지만, '북한 비핵화'가 명시된 대목은 없다. 남북 대화의 가장 본질적 문제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한 이후 남북관계는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따라 큰 폭으로 변화를 겪었다. 특히 비핵화로 인해 미북 간 갈등 양상이 진행되면 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4.27 판문점 선언까지는 남북관계가 순항하는 듯했지만, 5월 16일에는 북한이 일방 통보로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적도 있다. 당시 북한은 한미의 연례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았다.

    그러다가 2차 남북정상회담이 5월 26일에 있었고, 6월 12일에는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미북이 비핵화 협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미북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덩달아 남북 관계도 별 진척이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실제로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고위급 회담 당일까지도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천만부당한 논리만 되받아 외우면서 동족 압살을 고취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관계 개선과 화해 협력을 확약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부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언급하는 비핵화의 수위는 점점 약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판문점 선언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로 명기됐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인데도 한미연합훈련은 줄줄이 연기되거나 축소되었다. 정부는 당초 8월에 실시키로 했던 을지프리덤가디언 (UFG) 연습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의 진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 추석 명절 민심 노렸나

    공동보도문에 정상회담 시점을 9월 안으로 명기한 것에 대해서는 추석 밥상민심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추석은 9월 마지막 주인 24일로, 토요일인 22일부터 대체공휴일인 26일까지 최대 5일간 쉴 수 있다.

    9월 안에 정상회담을 열 경우,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밥상머리 민심에 남북 대화 분위기를 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지지율 회복도 기대해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직후 뚜렷한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났고,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같은 해석은 고위급회담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해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초 '8말 9초'를 남북정상회담의 유력한 시기로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끝난 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9월 초는 어렵지 않나 싶다"며 "오히려 8월 말 예측을 언론에서 너무 앞서서 했던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다른 날짜로 결정된 것에 대해 "현실적 여건들, 여러분들이 짐작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라며 "북한이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날짜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상회담 날짜의 결정권이 북측에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해당 관계자는 "글쎄요. 일단 북한이 초대한 주인이니까, 북쪽이 북의 사정을 감안해서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경우, 북한 정권 창립기념일인 9·9 절 때문에 그 이전으로 날짜를 정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풀이가 있다. 자칫 9·9절을 앞두고 정상회담 일자를 잡을 경우 북한 김정은에게 주는 '선물'로 비춰질 수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북한에서 9월 9일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자 건국일로, 가장 큰 명절에 속한다. 북한은 그간 9월 9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해왔고, 이때를 전후로 핵실험 등 대남 도발을 자행한 사례도 여러 차례 있다.

    ◆ 한국당은 대한민국 '건국일' 챙기기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했다. 북한에는 건국일인 9.9절이 분명하게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최근 좌파진영이 1919 상해 임시정부 건국설을 내세우면서 건국일에 대한 개념이 흐려진 상태다. 

    심재철 의원은 개회 인사말에서 "사람이 생일이 있듯 나라도 생일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생일은 언제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를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돼 있다"며 "그래서 대한민국의 건국이 언제 됐는지를 제대로 확인하는 아주 알찬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심 의원은 "사람이 생일이 가장 중요하듯이 나라는 건국일, 독립기념일이 최고의 국경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