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가 밝힌 '국정원을 나온 진짜 이유'

“나에 대한 북한의 인신공격은 추가탈북 막기 위한 모략”

백요셉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8.10 18:03:27
▲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가 올해 4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개막식 '진리가 그들을 자유케 하리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한이 ‘자신들의 초강경 조치로 태영호가 국정원 산하 기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논란의 당사자인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가 공식 입장을 밝히고 북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태 공사는 최근 국내 대북단체장들과의 비공식 면담에서 ‘자신이 국정원을 나오게 된 것은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태 공사는 “북한의 주장으로 인해 자신의 최근 행보에 대해 오해의 여지가 있어 입장을 정확히 밝힌다”면서 “탈북 후 보수(우파), 진보(좌파)정권을 모두 경험했지만 탈북 엘리트들에 대해서는 좌우 정권 모두 ‘생계는 걱정없게 해 줄테니 한국에 와서는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는 입장인 것 같다”고 좌우 정권 모두를 비판했다.

태 공사는 “국정원 산하 기관에서 대우는 좋았지만 골프나 테니스 같은 여가생활 이외 아무 말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여기서 이렇게 있다가 60세를 넘겨 정년퇴직 나이가 되어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일할 수 있는 황금 시기는 이미 다 놓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나마 보수정권때는 방송 출연 같은 외부활동을 비교적 자유롭게 나갈 수 있었지만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방송 인터뷰) 나가는 것도 승인을 받아야 했다”며 “‘이제는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던 찰라 5월 14일 책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北, 폭염으로 농사 망쳐, 연말 대량아사 가능성

그는 현재 북한정권이 처한 내부상황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김정은 시스템이 언제 무너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겠지만 북한의 붕괴 속도는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북한은 사상과 이념으로 통제해야 유지되는 체제지만 지금은 사상 통제가 불가능해졌고 배급제 같은 물질적 통제도 없어졌다”면서 “남은 것은 공포통치뿐인데 이 공포통치로 과연 언제까지 정권유지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하는 것을 보면 더운 날이지만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내부적으로 상당히 어려워 졌으니 사무실에 앉아있기 불안한 상태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 공사는 “북한이 올 여름 지속된 폭염으로 농사가 망했다는 내부 소식을 들었다”며 “남한이  또 다시 퍼주지 않으면 올해 말에는 과거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은 최악의 어려운 상황까지 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통일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질지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가능한 방식은 외부에서 계속 북한 내부에 정보유입을 해서 북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모든 북한주민들 속에서 ‘이제는 김정은 체제와 결별하자’는 인식이 보편화 되었을 때 어느 한 곳에서 극소수의 소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한점의 불꽃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을 우리 탈북민들이 주체가 돼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공사는 “자신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월 8일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김정일 시대 때 북한은 탈북민들의 반북활동을 대체로 무시하는 정책을 폈지만 그 수가 3만명을 넘어서고 특히 2014년 유엔에서 북한인권 상황보고서가 채택되는데 탈북민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자 남한 내 탈북민들에 대한 전면적인 인신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 공사는 “북한이 탈북민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북한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들의 사기를 꺽으려 한다”면서 “하지만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에는 전혀 다른 뉘앙스가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초강경 조치에 의해 태영호가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에서 쫓겨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해외에 나와있는 북한사람들에게 ‘평양에서 결심만 하면 태영호도 국정원 산하기관에서 내쫓을 정도로 한국(정부)을 쥐고 있으니 탈북이나 돈을 목적으로 국정원 요원과 접촉하면 평양 본부에서 다 알게 된다’는 식의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추가 탈북 막으려 안간힘, 그만큼 탈북 두려워 해

북한은 현재 “남한에 진보(좌파)정권이 들어섰으니 탈북 해봤자 태영호나 류경식당 지배인처럼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된다고 북한 주민들을 교양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도 북한이 남한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는 것처럼 모략선전까지 하면서 탈북을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탈북행위가 북한체제유지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태 공사는 주장했다.

태 공사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2011년 보위부 부부장 류경을 총살할때도 ‘류경이 과거 서울 방문 시 국정원과 접촉한 사실이 남한 내 북한첩자를 통해 평양에 낱낱이 보고되었다’는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내부에 유포시켰다고 한다.

태 공사는 “이번에 북한이 자신을 공격하면서 두 가지 실책을 범했는데 하나는 ‘자신들의 핵 전략을 스스로 노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믿지 않는 허위사실을 되풀이함으로 해서 자신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모략 선전임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태 공사는 “최근 강연들에서 자신이 ‘종전선언과 비핵화 문제를 분리시키면 안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북한이 격분했다”면서 “북한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첫 걸음이라며 종전선언과 비핵화 문제를 분리하려는데 제가 그 속셈을 계속해서 까발리니 대단히 부담스러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태 공사가 영국주재 북한 대표부에서 일할 때 많은 국가자금을 횡령하고 국가비밀을 팔아먹었으며 심지어 미성년자 강간 범죄까지 감행한 후 조사를 위한 소환 명령이 떨어지자 처벌이 두려워 탈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 공사는 “해외에 나와있는 북한 사람이라면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같이 작은 대사관의 한 달 경영비가 1만달러도 되지 않아 횡령할 만한 자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당국이 범죄사건 조사를 위해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을 평양으로 소환할 때에는 소환자 본인이 모르게 다른 사업건으로 위장해 평양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해외파견 북한 사람들에게는 기본상식”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처벌을 목적으로 해외파견 북한공직자들을 소환할 때는 중도 탈북을 우려해 처벌사실을 본인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다른 일로 소환한다는 것이다.

"내 책 홍보 고맙다" 해외 북한사람들도 구입

태 공사는 북한 당국이 자신이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제목 그대로 공개해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외에 나와 있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책을 쉽게 구입해 볼 수 있게 홍보해준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7월 31일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태 공사가 북한의 초강경 조치와 남조선 민심에 의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내는 등 반북모략소동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5월 19일에도 “태영호가 입을 다물게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 등 험악한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한국 정부를 협박했다.

태 공사는 “자신에 대한 북한의 비난과 인신공격에는 개의치 않는다”며 앞으로 국내외 북한인권 및 북한민주화 시민단체들과 긴밀히 연대해 활발한 통일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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