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공개 장소에서 당의 방침에 반발…몇 년 전만 해도 상상 못해”
  • ▲ 2016년 2월 평양서 열린 주민 동원행사. 최근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를 제외하고는 노동당 고위간부라도 주민들에게 욕을 먹는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2월 평양서 열린 주민 동원행사. 최근 북한에서는 김씨 일가를 제외하고는 노동당 고위간부라도 주민들에게 욕을 먹는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에서는 누구든 노동당의 방침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정치범으로 간주돼 처벌받았다. 그런데 최근 북한 주민들 가운데 공개적인 장소에서 노동당의 지시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당의 방침에 토를 달거나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북한 주민들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당의 방침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을 삼갔는데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당의 정책에 왈가왈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이 “충격적”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변했다고 말한 것은 최근 김정은의 북부 지역 현장지도 이후 노동당 간부들과 만난 사람들의 비판 때문이었다. 김정은이 함경북도 현지지도 후에 지시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도당 간부들이 현장조사를 하러 갔는데 주민들이 이들을 보자마자 당의 방침을 비판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난주에는 평양에서 온 당 간부가 현장조사를 한다며 청진시에서 가장 큰 수남 장마당을 찾았는데 평상복 차림의 간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자신을 노동당 중앙당 간부라고 밝혔음에도 오히려 망신만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고 한다. 평양에서 청진시에 간 노동당 간부는 전용차량을 타지 않고 걸어서 수남 장마당에 들어갔다. 장마당 입구에서 “나는 중앙당에서 나왔다. 주민들 생활 가운데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뭐냐”고 장사하던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 사람이 주저하지 않고 “그 물이 그 물이고 그 놈이 그 놈인데 뭐가 달라지겠냐”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주변에서 장사하던 사람들도 이에 동조하며 노동당을 비난하자 당 간부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소식통 "당에서 배급도 전혀 안 주는 데 누가 말 듣겠냐"

    소식통은 “과거에는 노동당 간부를 비난하면 당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돼 누구도 이들에게 대들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당의 배급이 완전히 끊기자 주민들도 무서울 것이 없다고 여기고 노골적으로 당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청진시 포항구역에서 도당 주최로 열린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관철과 김정은의 7월 현장교시 관철에 관한 주민회의’ 때 일어난 일을 전했다. 주민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노동당 간부가 열심히 당의 정책을 설명해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이 “또 뭘 내놓으라는 소리겠지”라고 비아냥거리자 다른 주민들이 이에 동조하며 “지금까지 당의 지시대로 다 했는데 뭐가 달라졌냐”고 따지고 들어 주민회의를 황급히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물론 아직도 주민들이 노동당 중앙(김정은)이나 김일성, 김정일을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김씨 일가를 제외한 노동당 간부에 대한 비판은 예전에 비해 그 수위와 횟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들이 대놓고 노동당과 당 간부들을 비난해도 주민들에게 받은 뇌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회보안원이나 보위요원들은 이런 일을 거의 문제 삼지 않는 게 북한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