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제 인생에 뮤지컬이라는 거대한 산을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 이 도전이 실패하면 마지막이지만, 성공하면 첫 시작이 될 수 있다."

    예능계 대부 주병진(59)이 데뷔 41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1977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1990년대 MBC 예능 버라이어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흥기를 이끌고 토크쇼 MC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주병진은 9일 오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진행된 뮤지컬 '오!캐롤'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숨도 쉬지 못하고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이지'하고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며 운을 뗐다.

    이어 "요즘 숙연해지거나 가슴 먹먹한 작품들이 많은데, '오! 캐롤'은 공연을 보고 나오면 관객들이 힐링되고 인생이 환해질 수 있는 느낌을 받는다. 제가 그런 밝은 기운을 받고 싶어 출연하게 됐다"고 뮤지컬 데뷔를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닐 세다카(79)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오!캐롤'은 1960대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커플들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주병진은 파라다이스 리조트 쇼의 유머러스한 MC이면서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를 간직한 '허비' 역을 맡았다.

    "허비 역할이 제 삶과 직결된다는 느낌이다. 허비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열정과 사랑, 에너지를 쏟아내지 못하고 응어리진 것이 가슴 안에 있다. 그것을 뿜어내지 못하고 사는 게 저와 흡사하다. 실제 상황에서 허비도 싱글이고 저도 싱글이다. 허비를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90%가 맞아떨어진다."
  • 주병진은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 참가했으며, 지난 4월에는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수문장'이라는 가명으로 출연해 노래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원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데이트를 할 때도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 곳은 가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노래가 가장 걱정이 됐다. 연습하면서 노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뮤지컬을 오래 하신 배우들을 과연 내가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싶어 고민했다. 그래서 '잣대를 달리 하자'고 생각했다. 성악식 발성이 아닌 일반 가수의 발성으로 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주병진은 "제 목표는 '실력 없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거다. 노래는 못 하더라도 뮤지컬 배우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 보자다. 어렸을 때부터 '밥값은 하자'는 주의였다. 이번 공연에도 마찬가지이다. 실력은 부족하더라도 마음으로 들리는 노래를 부르겠다."

    뮤지컬 '오! 캐롤'은 'Oh Carol', 'You Mean Everything to Me', 'One Way Ticket', 'Stupid Cupid' 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로 흥겨운 무대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2016년 11월 국내 초연된 이듬해 2월에 앙코르 공연이 오르며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병진 외에도 서범석, 성기윤, 윤영석, 박해미, 김선경, 이혜경, 정상윤, 박영수, 정원영, 서경수, 최우리, 스테파니, 허혜진 등이 출연한다. 8월 16일부터 10월 2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른 후, 12월 22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