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 바른사회 정책세미나 '실종'...외부 재정 지원 중단이 주요 원인
  • ▲ 5월3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1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5월3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1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3개월만에 '우파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시민단체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정권교체 후 각종 후원 및 지원이 끊기는 등 재정 불안을 겪으며 겨우 그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단체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활발하던 정책토론회는 중단됐고, 행사 규모 역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목적인 시민단체의 특성상 이미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뉴데일리는 9일 대한민국 우파 싱크탱크로 불리던 시민단체 현 주소를 짚어봤다.
     

    이름만 남은 우파 싱크탱크...'시대정신'은 아예 휴간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세미나를 이어가던 '자유기업원'(舊 자유경제원)은 지난 3월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멈췄다.

    1997년 창립해 약 20년의 역사를 지닌 자유기업원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연구원 수를 20명에서 5명으로 대폭 줄이고 간판도 바꿔달았다. 기존 사무실에 내걸렸던 이승만, 박정희, 레이건, 대처 사진은 이제 볼 수 없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서 받던 연간 10억원 상당의 지원이 끊긴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마포에 위치했던 사무실은 강서구로 이전했다. 일주일에 두 세번씩 열리던 세미나는 6개월에 한 번으로 줄었다. 올해 예산은 3~4억원 선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외부 지원 없이 기금 운영수입 등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에 기반이 약할 수 밖에 없다"며 "시장경제 싱크탱크로 규모는 작지만 글이나 동영상 등 저비용 사업을 통해, 시장경제를 전파하는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자유경제원과 양대 축으로 꼽히던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사정은 비슷하다. 바른사회는 매달 2차례의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왔지만 올해 5월 '문재인 정부 1년 평가'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개점 휴업 상태다.

    바른사회 한 관계자는 "현재 우파단체가 겪는 어려움의 연장 선상이다. 재정적 부분도 크지만, 더 큰 이유는 현 정부의 정책이 과거와 많이 달라서 우리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야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뉴라이트 운동을 이끌었던 월간지 '시대정신'도 운영난으로 지난해 6월호를 마지막으로 휴간에 들어갔다. 현재는 상근직원이나 사무실 없이 법인 형태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좌파에 대한 후원은 합법, 우파에 대한 후원은 불법...이중잣대 모순

    앞서 지적했듯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정권 교체 후 '지원금'이 끊긴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우파 단체에 후원을 하면 정권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개인 후원이 대폭 줄어든 것도, 싱크탱크 활동 중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 대표 중 한명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권에서 어떻게 우리가 여건이 좋을 수 있겠나. 지금은 안에서 잠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참여연대 등 좌파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그곳은 더이상 시민단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권력집단이 된 지 오래다"고 잘라 말했다.

    좌우시민단체의 역할과 기능의 비대칭을 두고 '한국 사회의 이중적 잣대'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9일 통화에서 "과거 전경련 등이 우파 단체에 후원을 했던 것을 두고 한국 정치·언론이 '불법'이라고 멋대로 규정했다는 사실이 가장 아이러니하다"며, "민간 기업이 자신들의 가치 판단에 따라 특정 단체를 후원하는 것은 자율이고 합법이다. 근데 이 사회는 아름다운재단, 참여연대 등 좌파단체에게 가는 것은 합법이고 우파에게 가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류 교수는 "도대체 그런 접근 방식은 어디서 나왔느냐"고 반문하며, "대응방식이 잘못됐다. 돈을 준 기업도, 받은 시민단체도 그 부분에 대해 오히려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마치 검은 돈을 몰래 받은 것처럼 매도만 당하고 있을 게 아니다"고 했다.

  • ▲ 구 자유경제원의 정책세미나.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구 자유경제원의 정책세미나.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범우파단체 출발했지만...밑바닥 시민사회 전무"

    최근 우파 시민사회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포럼'을 출범시켰다. 해당 포럼은 우파의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줄여서 '자유 포럼'이라고 불린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바른사회 시민회의, 자유민주연구원,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이 동참했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은 "우파단체의 활동이 뜸해진 것은 사실이나, 실제 장외 집회나 SNS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태극기 집회가 전경련 후원이라고 언론에서 억압을 했는데, 전경련 후원이 없는 현 상황에서도 시위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류석춘 교수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국회의원 및 대학교수 등 사회 명망가들이 열심히 활동해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울어진 사회를 정상 위치로 되돌려놓기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좌우 시민단체는 근본체질부터가 다르다. 민노총과 전교조라는 풀뿌리 조직을 가진 좌파 단체처럼 우파 역시 밑바닥 시민사회를 먼저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초중고 교육부터 이미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