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민주적인 나라가 새 정부 책무라더니… 경제수장 깜깜이 회의, 중국식 '밀실 회의' 연상시켜
  •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데일리 DB
    ▲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데일리 DB

    국제사회 시선이 중국으로 향한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의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지난 4일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름도 어려운 이 회의는 어떻게 국제사회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일까.

    우선 베이다이허는 중국 수도 베이징을 기준으로 동남쪽에 위치한 휴양지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매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피서(避暑) 겸 회의를 진행한다. 이 회의는 1945년 마오쩌둥 당시 국가주석이 물꼬를 텄고, 그 이후부터 중국 지도부의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국제사회에서 진행되는 일반 회의와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밀실(密室)’ 회의가 진행되는 점이다. 실제 이 회의는 국가 법률로 정한 공식회의가 아니다. 따라서 회의에 앞서 공산당 지도부가 사전 공고를 알릴 필요는 없다.

    회의 시기도 예사롭지 않다. 이 회의는 대부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진행됐다. 중국은 공산당 전체회의에서 주요 의제 등을 결정한다. 회의 시기의 문제일까. 중국 권력자들의 ‘밀실’ 논의 때문일까. 베이다이허 회의 후 중국 지도부는 굵직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1958년 당시 마오쩌둥 주석과 저우언라이 총리가 ‘대약진운동(노동력 집중화 산업 추진을 골자로 한 중국 경제정책)’을 공식 결정한 것도 이 회의에서다.

    즉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중국 정책의 향배, 권력이동 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 시선이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제 수장들의 깜깜이 '밀실' 회의

    문재인 정부에도 베이다이허 회의를 떠오르게 하는 회의가 있다. 바로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례모임’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달 6일 서울 모처에서 첫 조찬회동을 가졌다. 취지는 경제부처와 청와대간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다. 또 이 모임은 2주에 한 번씩 진행하기로 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물로 통한다. 두 사람이 논의하는 현안은 곧바로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상당하다. 나아가 이 정례모임은 정기적인 회의체 형태로 운영될 조짐까지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일 일부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갖고 이 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장하성·김동연 정례모임을 비롯해 청와대·정부 회의체에서 진행된 논의 내용을 국민들이 알 수 있을까. 현재까지 국민들은 물론, 언론도 이를 알 길이 없는 실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출입기자단이 지난 6일 가진 정례브리핑이 이를 방증한다. 취재진은 김의겸 대변인에게 ‘삼성 구걸 금지 논란’을 질의했다. 논란을 설명하자면,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 만남 전 언론에는 “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 방문에 대해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베이다이허 회의와 뭐가 다른지…

    “구걸하지 말라? 사실무근이다. 단지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 현장 방문 전, ‘청와대와 부총리간 의견 조율’이 있었다. (의견 조율에 대해서는) 어떤 게 더 생산적일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의 당시 답변이다. 답변에서 청와대와 정부간 어떤 의견을 조율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가 지난달 6일 가졌던 정례모임 당시 논의된 내용 역시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현 정권에서 진행되는 회의가 베이다이허 회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라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에서 보이는 움직임은 ‘보다 민주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일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