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귀금속·항공기·광물거래 금지… 이란 시민들 부동산-자동차 투매, 금값 치솟아
  • 지난 5월 이란 핵합의 탈퇴 및 제재 재개안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월 이란 핵합의 탈퇴 및 제재 재개안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7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란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5월 8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체제에서 탈퇴를 선언한 뒤 對이란 제재까지 3개월의 유예 기간을 뒀다. 그동안 이란 리얄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74% 하락했다. 2018년 초와 비교하면 그 가치가 160% 가량 떨어졌다고 美‘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美정부는 7일부터 이란 정부의 달러·금·귀금속 매입 금지, 이란 리얄화 거래 금지, 이란産 흑연·알루미늄·철강·석탄 등 거래 금지, 자동차와 항공기, 산업용 소프트웨어 이란 수출 금지, 이란産 카페트와 식음료의 미국 수입 금지, 이란 국채 매입 금지 등의 제재를 실시할 예정이다. 즉 이란에서 달러가 빠져 나갈 수는 있지만 들어가지는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리얄화 가치, 연초 대비 160%나 빠져

    3개월의 유예 기간을 뒀지만 이란 정부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란 사회가 뿌리째 흔들리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이란 이슬람 정권은 1달러 당 4만 2,000리얄을 ‘국정 환율가격’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지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7월 29일 1달러 당 11만 리얄까지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하루에 화폐 가치가 13%나 폭락했다.

    이란 국민들은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면 1달러 당 20만 리얄 이상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주택과 자동차 등 부동산을 급하게 내놓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판돈으로 달러 또는 금과 같은 귀금속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리얄화를 비롯해 자국 내 자산 가치가 대폭 하락할 것에 대비해 달러 등을 사들였고, 이란 정부가 달러 매입을 금하자 금 등 귀금속으로 눈길을 돌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현재 이란 내에서는 금값이 치솟고 있다고 한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세계 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란의 금괴·금화 수요는 전년 동기에 비해 3배 증가한 15톤으로 나타났으며, 이란 중앙은행은 국민들의 금 수요를 맞추기 위해 60톤 이상의 금을 풀어 수십만 개의 금화를 주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민들은 금을 섞은 동전을 사려고 줄을 섰으며, 동전은 올 초에 비해 2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고 한다.

    이란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對이란 금융제재로 역내 달러 자금이 모두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석유가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다국적 기업들에게 달러 거래가 금지되는 것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 지난 6월 25일부터 테헤란을 시작으로 열린 이슬람 정권 독재 반대시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지난 6월 25일부터 테헤란을 시작으로 열린 이슬람 정권 독재 반대시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이란 정부는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외화 및 귀금속 유출을 막겠다고 1,339개 수입산 소비재 수입을 금지하고 무역업자 간의 외화 거래를 1 대 1로 하도록 명령했지만 외화 유출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테헤란 등 곳곳서 정부 비판 대규모 시위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미국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군사훈련까지 벌이며 호기를 부리지만 국민들의 고통은 심각하다. 신정일치 독재정권에서 대중 집회를 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테헤란을 비롯해 6개 대도시에서 물가 상승과 실업 문제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이란의 친정부 언론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테헤란 주변 종교학교를 파괴하는 등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난 기사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란 국민들은 이슬람 독재정권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두 자릿수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이란 국민들은 오는 11월 4일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를 금지하는 미국의 2차 제재가 시작되면 사회 기반 자체가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다. 1차 제재만으로도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대외무역이 끊기다시피 하는 상황인데 석유 수출까지 불가능해지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나서서 이란산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수입하고 그 대신 생필품 등을 보내주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문제는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 이외에는 쓸 수가 없는 위안화를 받아봤자 이란 국민들의 실생활이 나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경제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들에게 달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