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말로는 "전교조 노조 전임 불허"… 교육청 '전임' 허용해도 후속조치 안해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4월 18일 교육부 앞에서 '전임인정 취소 압박 중단 및 법외노조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불과 4개월이 지난 지금, 전교조 노조전임을 허용한 교육청은 전국 17곳 중 12곳에 달한다. ⓒ연합뉴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4월 18일 교육부 앞에서 '전임인정 취소 압박 중단 및 법외노조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불과 4개월이 지난 지금, 전교조 노조전임을 허용한 교육청은 전국 17곳 중 12곳에 달한다. ⓒ연합뉴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70.5%에 달하는 12곳이 법외(法外) 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노조전임을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교육감이 법치주의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도 교육청의 위법 행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 노조전임을 불허한다"는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기 때문에 전임자를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최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취지의 논평을 냈다.

    그럼에도 전교조 전임을 허용하는 교육청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교육부가 전임을 허용한 각 지역 교육청에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곤 하지만, 교육청이 시정하지 않아도 교육부가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법외'노조인가 '법위'노조인가

    지난달 30일 울산시교육청은 직위해제 상태였던 도상열 교사(전교조 울산지부장), 홍근진 교사(전교조 울산지부 정책실장)를 복직시키고 올해 말까지 노조전임 휴직을 허용하면서 전교조 전임을 인정한 12번째 교육청이 됐다.

    울산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두 교사는 지난해 노조 전임 업무에 따른 학교 무단결근으로 해당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교육감선거 결과 전교조 울산지부장 출신인 노옥희 교육감이 당선되며 급반전을 이뤘다. 당시 울산교육청은 "국제노동기준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 노사관계를 정상적 노사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전교조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으로 교체되면서 전교조 교사들의 처우가 뒤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잃은 것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부당하다는 입장이고, 인사권을 교육감이 쥐고 있으니 우리가 판단할 수는 없다"며 "전임자 허용 여부에 대한 옳고 그름은 교육부가 심사할 부분이고, 전임 허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노조전임 허용과 관련한 교육부 공문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으며, 공문을 받고 나면 다른 시·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교육감과 상의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전교조 노조전임을 인정한 인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인 도성훈 교육감은 당선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노조전임과 관련한 무단결근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교조 인천지부 소속 교사 2명을 비롯한 3명의 노조전임 휴직을 허용했다.

    부산교육청은 지난 3월 전교조 노조전임을 허용했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석준 교육감은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을 지냈다. 민노총은 전교조 연대단체다.

    부산교육청 관계자에게 전임 허가 사유를 묻자 정식 공문에 나와 있는 사유를 그대로 기자에게 읽어줬다. '전교조의 법상 노조 아님 통보 취소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안정적인 학사운영을 하기 위해 휴직을 허가한다.'

    다시 말해, 전교조 조합원이 전임 휴직을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무단결근했는데, 교사의 본분을 저버린 행태에 대해 징계를 내려야 할 교육청이 학사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노조전임을 허용한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 전교조는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및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연가·조퇴 투쟁을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 전교조는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및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연가·조퇴 투쟁을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전교조 노조전임은 명백한 불법…정부가 방치하는 것도 문제

    전교조는 지난 2013년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 받았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현직 교원에 한해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불복한 전교조는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 사안은 전교조가 2016년 2월 상고한 이후 대법원에서 2년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전교조는 현직 교사가 아닌 사람들을 노조원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법외노조가 된 것"이라며 "현직 교사가 노조전임이라는 이름으로 교사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명백한 불법이자 직무유기이며, 법적으로 따졌을 때 징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청와대나 교육부도 (법외노조의 노조전임이)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인정하는 상태에서 교육감이 전교조 전임을 허용하는 것은 불법이거나 말거나 소신대로 하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며 "그럴 경우 법치가 붕괴된다. 불법에 대해 교육부가 나서서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만 하고서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울산교육청이 전교조 노조전임을 허용하며 거론한 '국제노동기준'은 전교조가 늘 언급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궤를 같이 한다. ILO 제87조는 '근로자 및 사용자단체가 규약과 규칙을 스스로 작성하고 관리, 활동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노조원의 자격을 노조가 자율로 정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교사 아닌 사람은 노조원 될 수 없다'는 법원 판결 합당하다

    장 교수는 "(ILO) 협약이 절대적 진리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조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노조원은 기본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만약 노조원으로서 정상적 신분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해고를 통해 신분을 상실했다면, 잠정적으로 당장은 근로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해고에 문제가 있으니 지위를 인정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근로와 상관 없는 사람까지 노조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건과 관련해 대법원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장 교수는 "기존 판례를 번복하기 위해선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신임 법관 사이에서 내부적인 갈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법적 판단만 하면 기존 판례대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교사 아닌 사람은 (교원단체) 노조원이 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결정이며, 나 역시 그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교사가 아닌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다고 해도,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게 되면 향후 현직 교원이 아닌 노조원이 많아졌을 때 그것이 정상적인 교원노조의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 A씨도 "전교조 노조전임 허용 문제를 중앙부처가 위법이라고 해석했음에도, 여러 교육청이 잇따라 상급기관과 법률 절차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반헌법적 행위이며 교육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교육감들의 위법 행위를 수많은 학생들과 교육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서 미적지근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A씨는 "정부가 해당 사안을 놓고 징계한다고 하면 진보 세력의 역풍을 맞을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현행법 위반인 것을 위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만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 대구교육청 앞 광장에 걸린 전교조 현수막. 대구교육청은 현재 전교조 전임을 불허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대구교육청 앞 광장에 걸린 전교조 현수막. 대구교육청은 현재 전교조 전임을 불허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연일 투쟁 수위 높이는 전교조…누가 반기 들 수 있나

    실제 지난 6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 취소는 불가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자 전교조는 즉각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연가투쟁을 벌였다. 전교조는 청와대를 맹비난하면서 김 대변인을 해임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교원들의 단체행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교원들의 연가투쟁도 불법이다.

    교육부 지침과 법적 절차에 따라 전교조 노조전임을 불허한 대구교육청 역시 전교조의 보기 좋은 먹잇감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이미 법적 판단이 이뤄졌고, 현재 또다른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대구 역시 다른 지역과 사례는 비슷하다. 지난 2월 대구교육청에 노조전임을 신청한 초등교사 이영호(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씨는 수 차례에 걸친 학교장의 출근 요구에도 불응하고 34일간 무단결근했다. 그는 지난 23일 징계위에 회부됐다. 타 지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강 교육감은 "교육감이 바뀐 것은 사람이 바뀐 것이지, 교육부 지침이나 법적 시스템이 바뀐 것이 아니다. 교육감의 자의적 해석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전임 불허 사유를 밝혔다.

    이러한 대구교육청의 입장에 불복한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교육청 곳곳에 비판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벌이고 비판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며 강 교육감에게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교육부의 이렇다 할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도 교육부 지침과 법적 절차를 따르며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대구교육청이 전교조의 압박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최근 전교조는 조창익 위원장을 필두로 청와대 앞에서 단식·삭발 등 시위의 강도를 높이며 "정부가 법외노조를 직권취소하라"며 연일 막강한 조직력과 행동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 B씨는 "교육부가 시정 공문을 아무리 보낸다 한들, 시정이 되지 않았을 때 어떤 본격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어느 교육감이 따르겠느냐"며 "교육부도 진보 교육감들과 코드가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눈감아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시정 요구 공문 보냈다" 未이행 시 조치는 "…"

    이와 관련, "현재 12개 교육청에서 전교조 노조전임을 허용하고 있는데 교육부 및 청와대의 입장과 다르다. 교육부는 현 실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답했다.

    "교육청에 관련 공문을 보내고 있음에도, 노조전임을 허용하는 교육청이 늘고 있는데 감독 권한이 있는 교육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교육청에 취소 공문을 보냈고, 다음은 교육감이 판단할 사안이다. (교육청이 시정하지 않을 경우)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내부적으로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2월 전교조 전임 휴직 신청자는 총33명이었다. 전국 전교조 16개 지부 소속 27명, 본부 6명이다. 1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교조 조합원 22명이 공식적으로 노조전임을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교조 노조전임을 허용한 지역은 서울·인천·세종·충북·충남·전북·전남·광주·부산·경남 등 12곳으로, 남은 곳은 경기·대구·대전·경북·제주 등 5개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