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누진제 폐지청원…탈원전 기조 속 靑의 속앓이

기록적인 폭염에 대책 필요하지만 전력수요 증가·저소득층 타격 우려

임재섭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8.01 19:35:16
▲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등장한 누진제 폐지 청원. ⓒ청와대 청원게시판 화면 캡처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전기 요금 누진제 폐지 청원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기 요금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를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누진제 폐지가 전력수요 증가 등을 유도할 가능성이 커, 이에 따른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때 6단계 11.7배수의 강력한 누진 구조 적용

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누진제 관련 청원이 400여 건에 달하고, 이중 한 청원에는 동의한 사람이 5만 명이 넘게 몰렸다.

청원의 내용도 다양하다. '청와대와 국회 등 국가기관 업무시 에어컨을 가동하지 말라'는 청원부터, '누진제도 자체도 문제지만 검침일을 살펴달라'는 청원도 있다. 대다수의 청원이 폭염에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로 인한 전기료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누진 제도는 당초 전기 사용이 많은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 1974년 12월에 3단계로 적용돼 시행됐다.

누진제는 사용량을 기준으로 소비단위당 전기 요금의 단가를 차등 부과하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요금도 급등하게 돼 있다.

누진제는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돼 있었는데, 특히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6단계 11.7배수의 강력한 누진 구조가 적용돼 논란이 있었다. 각 가정에 '요금 폭탄'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누진제에선 가정용 전기의 경우 100㎾h 미만은 57.9원, 101~200㎾h는 122.6원, 201~300㎾h는 183원, 301~400㎾h는 ㎾h당 273.2원, 401~500㎾h는 406.7원, 500㎾h 초과 690.8원이 책정됐다.

이 누진제를 적용하면 평소 450kWh 정도를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183,015원을 내면 됐지만 다음 달 냉방 등의 이유로 100Kwh를 더 사용하면 550Kwh를 사용, 379,940원을 내게 된다.

이후 꾸준히 요금폭탄 문제가 제기돼,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3단계 3배 누진 구조로 개편됐다. 하지만 폭염으로 각 가정에서의 에어컨 사용이 폭증하자 다시 누진제 폐지 목소리가 불거진 것이다.

◆ '누진제 제한적 배려' 언급…'탈원전 기조' 文정부의 속앓이

문재인 대통령은 폭염 대책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지난 24일 제32회 국무회의에서 "산업부가 전체적인 전력 수급계획과 전망, 그리고 대책에 대해서 소상히 국민들께 밝혀드리기 바란다"며 "폭염의 장기화는 앞으로도 되풀이되고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이제는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서 재난안전법상의 자연재난에 포함시켜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가 칼을 빼 들었다. 이 총리는 지난달 3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폭염이 오래가면 에어컨을 오래 켜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전기 요금 걱정도 커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리는 "산업자원부가 전기요금에 대해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를 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폭염에 한정 지어 누진제 문제의 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누진제의 전면적인 개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기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같은 이 총리의 반응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중요한 문제인데, 누진제를 개편하게 될 경우 가뜩이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전력 사용량이 다시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예비전력율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8일 "언론은 예비전력률이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인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으나 실제는 훨씬 더 넉넉한 11%~12%대에서 예비전력이 유지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급증하는 전력수요로 인해 예비 전력률이 위험수위까지 떨어지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추가로 늘어난다면 문재인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도 문재인 정부에는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반대로 전기를 적게 사용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 때문에 누진제를 폐지하게 될 경우, 적게 전기를 소비하는 가구에는 단위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한전은 최근까지도 "누진세는 전기소비 절약, 저소득층 배려 등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주택용에는 보편적으로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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