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노무현은 지나간 역사… 결국은 상생이다"
  •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2주가 지났지만, 그를 향해 쏟아지는 당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간신히 숨만 쉬는 폐기 직전의 한국당을 살릴 수 있겠냐는 회의론부터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출신인 김 위원장이 보수 정당을 노무현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온 것 아니냐는 정체성 논란까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질문의 요지는 하나다. 김병준은 한국당에 '약인가 독인가'.  

    뉴데일리는 지난 31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를 둘러싼 이념 정체성 논란부터 한국당 개혁 방향과 전망까지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우파 정체성에 관한 김병준의 생각

    한국 보수의 맥(脈)을 이어온 자유한국당이 처참히 무너졌다. '집토끼'라 믿었던 부산-경남 지역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이 망한 것이다' '한국 보수가 망한 것이다'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 보수·우파와 당을 동시에 재건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당과 진영을 동시에 살려야 하는 중대 임무를 맡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 핵심 브레인이었다.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김 위원장의 이력 때문에 당 안에서나 밖에서나 '김병준이 한국당에 온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하는 궁금증을 나타낸다. 

    최근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신을 따르는 인물을 왜 비대위원장으로 모시자고 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했다. 

    취임 허니문 기간 2주가 지나자 당내에서도 서서히 "김 위원장이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다. 김 위원장에게 직접 '이념 정체성'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일각에서는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을 노무현 정당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 우려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나간 역사다.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내 생각도 바뀌고 바뀌지 않았겠는가.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데 내가 거기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사람들의 우려도 이해는 하지만, 블록체인·전기자동차 등 신기술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고, '고용 없는 성장' 문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해졌는데 15년 전의 노무현 정책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있겠는가. 그때 머물러 있었을 것 같으면 당 비대위원장 맡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지향적인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시대를 잘 따라가고 있는가 아닌가'를 평가해주면 좋겠다."

    -언론 인터뷰를 보니 '노무현 정신'을 자주 언급했다. 

    "기자들이 '노무현 정신이 무엇이냐'고 질문하기에 '결국은 상생'이라고 답한 것이지 김병준의 잣대고 인생은 아니다."

    -당 내부에서 '가치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이겠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논쟁을 일으키니까 지금 당장 저쪽(더불어민주당)에서 '우리가 왜 국가주의냐' 하며 반응이 오고 있다. 한국당 안에서도 그런 국가주의의 요소가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는 가치 논쟁을 벌이자는 것이다. 국민생활과 관계없는 진영 논쟁이나 좌우논쟁, 계파논쟁 대신 정책과 가치관에 대한 논쟁들이 일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옳은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논쟁이 필요하다."

    -한국당이 추구해야 할 보수적 가치는 이미 당헌·당규에 잘 표현되어 있다고 본다. 

    "그동안 당헌·당규가 소수의 당 지도부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당원과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체화가 안 됐다. 담론(談論) 경쟁을 통해 체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론(黨論)을 만드는 프로세스부터 바꿀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탈국가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이 들어갈 수 있다. 당의 의의와 방향 목적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공천제도 역시 다시 논의할 것이다."

    -공천룰을 바꾸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당의 가치가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천 기준도 당권을 쥔 사람과의 친소관계로만 이뤄졌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당 안에 계파가 만들어지고, 당의 내분이 일어나고, 한국 정치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공천 개혁 방향은 '상향식 공천'을 생각하고 있는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하지만, 상향식도 문제점이 있다. 상향식은 조직을 지휘하거나 장악한 기득권 또는 현역 의원이나 일부 이름난 인사들이 여론 조사에서 유리한 구조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상향식 공천이 보수의 정신은 아니다. 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검증하는 과정과 상향식 공천이 조화를 이루는 공천안이 무엇일까하는 주제를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따로 복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기 이르다."


  • ▲ 자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와 시장에 대한 김병준의 생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라는 보수·우파의 가치는 그대로 가져 가는가. 

    "지금 보수의 가치관 안에 정말 자유민주의와 시장경제가 있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보수 안에는 박정희 시대의 국가주의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가 있는가 하면 자유시장경제를 정말 존중하는 시장경제 중심의 보수가 있다. 나는 이제 진짜 '자유시장경제'와 '공동체 자유주의'로 가야한다고 본다."

    김 비대위원장은 "박정희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한 국정 운영 기조를 존중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때가 진정 자유민주주의였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반공주의, 안보제일주의, 경제성장 제일주의였다. 개인의 자유는 상당히 억압됐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박정희 시대의 국가주의' 발언이 곧 '박정희 시대의 발전 공로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박정희 시대의 체제는 효율적이고 존중할 만 했기에 우리가 갈 길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았다. 그 덕분에 경제성장도 이루었고 보릿고개를 넘어 먹고 살만하게 됐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의) 근대화·산업화의 공은 인정하더라도 시대가 바뀌었다. '자유'라는 개념이 강하게 들어가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국가가 획일적으로 다 끌고 가는 박정희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시장 자유주의'가 들어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장'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을 두고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말을 이어갔다. 

    "박정희 시대에는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했지만 지금은 국가도 시장에 맡길 건 맡기고 공동체에 맡길 건 공동체에 맡겨야 한다. 국가는 시장이 할 수 없는 '평화와 안보' 같은 영역을 돌봐야 한다. 또한 시장에서 탈락하는 사람 또는 경쟁구조에서 탈락해 어렵게 사는 사람, 사회 경쟁 구도에 들어갈 수없는 사람을 국가가 보듬어 안아줘야 한다.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이 패자부활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도 국가가 할 일이다. 시장의 자유를 우선하고 국가가 보충적 역할을 하는 체제였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야지만 국가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건국 논쟁에 대한 김병준의 생각

    한국사회에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를 진영을 가르는 잣대 중 하나가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인식이다. 보수·우파는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1948년 8월 15일 탄생시킨 대한민국을 건국으로 본다. 국민(사람)·주권(정부)·영토가 모두 갖춰진 시기를 이때로 보는 것이다. 

    반면 진보·좌파는 1919년 임시정부 수립 시점을 건국으로 보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려 건국 시기를 1919년으로 확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보수·우파는 좌파들의 이러한 건국일 변경 시도에 대해 "자칫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회적 흐름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도 현재 많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은 시작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하며 건국 후 이룬 성취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른바 '자학적' 역사 인식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김병준 위원장의 견해다.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역사가 이어져 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정립된 생각을 가지면 된다. 한 정당이나 국가가 이 문제를 정리하려고 덤벼들 이유가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평가도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1919년이 건국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1948년이라고 주장하는데 왜 굳이 획일화해야 하는가."

    -지금 말한 부분이 현재 보수·우파적 가치와 양립될 수 없는 것 같다.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보수의 가장 기본적 가치는 다양성이고 역사 인식도 다양할 수 있다. 다양성이 보수의 기본 가치인데 획일화하는 게 맞는가. 자유와 다양성 개념을 인정해야지 굳이 획일화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자유민주체제를 뒤엎으려고 한다면 문제다. 공산주의화를 시도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우리가 당연히 막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간략하게 '키워드'로 정리해주면 좋겠다. 

    "첫 번째 '자유'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막춤'을 추더라도 춤을 추게 하자는 것이다. 국가가 일일이 간섭해서 먹방을 규제하고 스튜어드십코드(국민연금의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로 기업을 간섭하고, 커피 자판기를 철거하라고 하고, 음식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자율'의 개념에 위반한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자율을 통해서 얻을 수 없는 '기회균등'이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 '공정성'도 자유한국당이 지향해야할 가치다. 아마 한국당 내부에서부터 많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자율을 추구한다고 해놓고 당내 민주화가 안 된다거나 자율적 정화장치가 없으면 실패한다. 한국당도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 자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김병준의 생각

    -최근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라고 비판하는 등 각을 많이 세우고 있다. 

    "잘못 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국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식은 안 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에 우리 국민이 모두 겁을 먹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 앞에서 함부로 말을 못 한다. 심지어 TK(대구·경북) 인사들이 향우회에도 못 가겠다고 할 정도다. 그 정도로 겁먹는 세상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적폐청산도 좋은데 국민이 권력에 주눅 들게 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국민 개개인이 자기가 가진 잠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수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형식의 적폐청산도 권력 정치의 일환으로 보는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방법이 틀렸다. 권력의 칼을 들고 적폐를 계속 도려내는 일만 하면 언젠가는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 즉 새로운 적폐가 생긴다. 권력이 센 만큼 부패가 더 많아진다. 따라서 적폐를 도려냈다면 새로운 적폐가 생기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자정 능력이 커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검찰이 학교의 부정부패를 조사했다고 치자. 그후 계속 검찰이 수사하고 교육부가 간섭하는 형식이 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교원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학교를 통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적폐가 도려내진 자리엔 새 살이 돋아난다. 자율 시스템 만들어야 적폐가 청산되는 것이지 권력으로 적폐를 도려냈다고 해서 다시 비슷한(부패한) 살이 안 붙을 것 같나. 그래서 내가 자율 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적폐청산 문제와 관련해서 공무원들의 식당 위생점검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구청에서 식당 위생점검을 나와서 이것저것 지적한다고 해보자. 그러다가 설렁탕에서 머리카락 하나가 나오면 식당 주인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메커니즘을 바꿔서 식당 조리 과정이 보이도록 주방을 투명하게 한다고 하면 식당 스스로 바뀌지 않겠는가. 구청에서 권력을 가지고 누구는 봐주고 안 봐주고 이러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구조를 바꿔서 자연스럽게 자정 능력이 생기는 것을 '자율'이라고 부른다." 

    ◆국가 안보에 대한 김병준의 생각 

    -문재인 정부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경제가 엉망이다. 나머지 사회정책도 과한 부분이 많다. 유일하게 점수를 준다면 '평화담론'을 가지고 온 것 하나인데 그것도 불안하다. 평화를 확보기 위해선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하는 대화 트랙과 자주국방을 바탕으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의 두 가지 트랙이 있다. 이중 어느 한쪽이 잘못 가도 어그러진다. 대화만 해서는 평화가 안 온다.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것은 우리의 국방력과 한미공조에 의한 대북 압력, 글로벌 사회의 제재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자주국방, 대북제재 트랙은 마치 평화에 아무런 기여도 안 한 것처럼 내팽개치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불안하다." 

    -그동안 보수는 평화를 무시했다고 평가하는 건가. 

    "양쪽 모두 한 측면만 강조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기존 보수는 대북 제재나 자주국방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대화에 있어서는 소극적이었다. 보수가 '안보'만 강조하는 동안 저쪽에서 '평화'를 들고 나왔고, '평화담론'이 우리 국민 사이에서 커지는 동안 우리는 평화 담론을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됐다. 국민 눈에는 보수정당이 평화를 반대하는 집단으로 비치게 된 것이다. 안보라는 트랙에만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인 게 보수의 패착이 됐다. 보수가 두 가지 트랙을 동시에 사용해서 평화담론을 더 앞으로 끌고 나갈 수 있었다고 본다. 안보의 궁극적 목적은 평화다. 평화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보수 정당은 '잘 살기 위해 평화가 필요하다'는 평화담론 꺼냈어야 한다. 반면 이 정부는 평화 자체를 위한 평화 정책을 펴고 있다. 잘살기 위한 평화 준비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
  • ▲ 자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경제에 대한 김병준의 생각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대북 문제 말고 편협하다고 평가하는 분야가 또 있나. 

    "소득주도 성장이다. 모두가 문제라고 하는 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에너지나 R&D 정책 문제도 비슷하다. 문 정부는 '특정 가치'에 갇혀서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탈원전 문제만 해도 7차 에너지 전력 계획보다 8차 계획에서 전력 수요 예측이 더 낮아졌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력 수요 예측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더라. 2020년부터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2030에는 상당한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된다. 전기차 수요를 다 감안했다고는 하는데 이런 부분이 8차 에너지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수요 예측에 억지가 있다는 것인데, 정치 지도자가 탈원전이라는 '특정 가치'에 갇혀 있다 보니, 그 아래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왜곡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미래와 연관된 문제다. 다른 나라 수급 계획도 참고하고 현실적인 토론이 일어나야 한다." 

    -경제 이야기가 나왔지만,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면세자가 40%가 넘는다고 한다. 

    "정확히는 48%다. 상당히 비정상적이다. 내가 '우리 정치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른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내는 만큼 정치와 행정에 관해 관심이 커진다. '혹시 내 돈을 다른 사람이 쓸까, 날려버릴까, 낭비할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런 관심을 가져야만 우리 정치와 행정이 나아질 수 있다. 엄청난 소득세(최대 57%)를 내는 스웬덴은 '공무원이 돈을 함부로 썼다' '수상이 얼마를 허튼 데 썼다'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자기가 낸 세금이기 때문에 그만큼 내 돈을 어떻게 쓰나 지켜보게 된다. 이럴때 정치가 맑아지고 행정이 효율화 된다. 세상에 부자에게만 받아서 복지하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복지국가 기본과 기둥은 중산층이다. 증세없는 복지도 엉터리고 부자 증세만 가지고 복지할 수 있다는 것도 엉터리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높다. 정부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보나. 

    "민주당 하면은 사람들이 '그래'하고 떠오르는 가치가 있다. 소위 상생, 인권, 환경, 통일, 평화다. 반면에 자유한국당 하면 딱 떠오른 가치가 없다. 굳이 떠오르는 이미지라면 '꼰대' 정도의 이미지다. 아직도 조국 근대화 성장 일변도에 머물러 있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반공·안보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반공과 안보는 자유시장경제를 존중하면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보수가 안보 제일주의에 빠져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케어하지 않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젊은 세대가 등을 돌리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당의 정치 언어도 바꿔야 한다." 

    -'보수 통합'을 생각하고 있는가. 

    "아직 그런 것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매력이 있게 바뀐다면 '보수 빅텐트'가 아니라 더 큰 영역으로 끌어당길 수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끌어당겨봐야 당 정체성이 불안하고 당 안에 여전히 일부 지도자 중심의 계파논리가 살아있다고 한다면 그 당은 합쳐져봐야 깨진다. 그리고 억지로 합쳐봐야 아무런 시너지 효과가 없다. 이 당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 매력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통합은 그 후의 문제다."

    -한국당이 재정립한 가치에 동의한다면 누구라도 당에 들어올 수 있나. 

    "당연하다. 온 국민을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다." 

    -자유한국당에 기대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시대를 앞서가는 정당으로서 바뀌어갔으면 좋겠다."

    -비대위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정확히 수치로 이야기 하기 어렵다. 지지도가 몇 프로 올라가면 성공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분들도 있는데 질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역사의 흐름에 부흥하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국민들이 얼마나 잘 이해해주고 봐주는 가에 달린 것 같다. 나는 시간이 별로 없다. 내 에너지와 시간을 큰 그림을 그려서 당을 새롭게 하는데 쏟아도 모자란다. 우리 정치가 쓸 때 없는 싸움을 하다가 에너지를 다 뺏겨 민생 내팽겨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TK만 한국당을 밀어줬다. 한국당이 '노무현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접고 김병준 비대위를 밀어줄까. 

    "나도 TK 출신이다. TK에서 내 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 자유한국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