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검증' 표방하며 2주 전 지원자 프로필 공개... "마녀 사냥 목적" 비난 일어
  • 방송통신위원회의 MBC·KBS 이사 지원자 공모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상 최초로 이사 후보자에 대한 '여론 공개 검증' 절차가 도입되면서, 공영방송 새 이사진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달 초 공모에 착수한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자를 25명에서 24명으로, KBS 이사 후보자를 49명에서 39명으로 압축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방문진 이사에는 김상균 현 방문진 이사장을 비롯해 김경환, 유기철, 이인철 이사 등이 재응모했다. 지난 5월 최승호 사장 체제 출범 후 해고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은 MBC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하며 모두 9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6명은 여권, 3명은 야권에서 추천해 방통위가 임명하는 구조다. 기존 여야 6대3으로 구성됐던 방문진 구도는, 지난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며 '적폐청산' 명분으로 그 구도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이다. 구 여권(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으며 줄 사퇴했고, 친(親)정부 성향의 이사들이 그 자리를 메꿨다. 이후 방문진은 김장겸 전 사장 등 기존 MBC 임원들을 해임한 뒤, 최승호 뉴스타파PD를 신임 사장으로 선출했다.

    총 11명(여야 7대4 구도)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에는 김상근 현 이사장과 강형철, 조용환, 조우석 이사 등이 재 지원했다. 황우섭 전 KBS인재개발원장, 이석래 전 KBS 미디어텍 대표이사, 권오연 전 연합뉴스 경영지원상무 등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후보자 여론 검증, 우파 인사에 대한 '여론재판' 변질 우려 

    이번 공영방송 이사진 선출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여론 공개검증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16일부터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밟았다.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 수렴 절차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양대 방송사 이사 지원자의 인적사항, 학력, 경력, 업무수행 계획서 등 자료 일부를 홈페이지에 3일 동안 공개했다. 

    방통위 측은 "조금 더 다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시민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며 제도 도입의 의미를 설명했지만, 우파 성향 후보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좌파 매체 미디어오늘은 7월16일자 ['동성애 혐오' 논란 조우석 KBS 이사 또 지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우석 KBS 이사, 이동욱 뉴데일리 객원논설위원(전 월간조선 기자) 등의 과거 발언과 기사 내용을 부정적으로 소개했다.  

    황우섭 전 KBS인재개발원장에 대해서는 '보도공정성 침해 논란 인사'라는 낙인을 찍었다. 

    미디어오늘이 실명을 언급한 후보자들은 모두 우파 성향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좌파 성향 시민단체들도 방통위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격 후보자 제외'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가 참여한 방송독립시민행동(시민행동)은 2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서 ‘적폐 청산’ ‘방송 개혁’ 등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격 후보를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이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주장을 볼 때 부적격 후보가 우파 성향 인사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사 후보자에 대한 여론 검증절차에 대해서는 방통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런 식의 공모는 지원자에 대한 신상털기, 마녀사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방송법과 방문진법이 규정한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한 뒤 전제회의 의결을 통해 새 이사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공영방송 이사진 윤곽은, 빠르면 방통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내달 2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