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진술 엇갈려 한쪽은 '위증'…민주 "이번 사건 본질은 기무사 문건 그 자체"
  • ▲ 송영무 국방부 장관. ⓒ뉴데일리 DB
    ▲ 송영무 국방부 장관. ⓒ뉴데일리 DB
    국방부-국군 기무사령부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엄령 문건에 대해 '거짓말 공방'을 벌여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국회 상임위에서 양측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위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방개혁 2.0과 계엄령 문건에 대한 독립적 수사를 동시에 추진해야하는 청와대는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 기무사 문건 보고 시점 논란

    기무사 문건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싱가포르 순방 중 대통령 특별 지시사항을 통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서에 대해 국방부가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지시했다"며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무사가 지난 3월 1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계엄령 문건을 보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늦게 인지하게 됐다는 취지였다. 청와대는 송영무 장관으로부터 계엄령 관련 문건이 있다는 사실을 4월 30일에 듣긴 했으나, 당시에는 기무사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곁가지로 잠깐 소개돼 정확히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후 문건을 직접 보고 받은 시점은 지난 6월 28일이고, 이후 7월에 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진상파악을 나서기에 이른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다시 16일에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가 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무사 문건의 존재만큼이나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언제 보고됐는지 등의 문제도 주요한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터진 국방부-기무사 간 진실공방

    국방부와 기무사는 계엄령의 문건의 보고와 관련해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먼저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장관실에 3월 16일 오전 11시 38분에 들어가 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보고 드렸다"며 "20분가량 보고했다"고 했다.

    또 "송 장관이 '바쁘니 문건을 놓고 가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송 장관은 "(위중한 사안이라고 보고했다는) 그런 기억은 없다"며 "합동수사단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으로 믿는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9일 국방부 장관 주재하에 진행된 실·국장 조찬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서는 송 장관이 민병삼 국방부 기무부대장의 발언을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는 상황도 나왔다.

    민 기무부대장은 "(당시 송영무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며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이 "장관을 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했지만, 다시 민 기무부대장은 "당시 간담회 내용을 운영과장이 PC에 입력해 기무사에 보고해 내용이 다 있다"며 "7월 9일 보고한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진실게임 공방은 적어도 한 쪽에서는 위증을 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약칭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제1항에는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서면답변을 포함해) 허위의 진술이나 감정을 하였을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 중 어느 한쪽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 되는 셈이다.

    ◆ 국방개혁 해야하는데…당혹스러운 靑

    청와대는 이같은 양측의 공방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국회 상황 보도에 대한 보고만 있었다"며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군 내에서 보고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도 당혹스럽지만 청와대의 당황은 국방개혁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송영무 장관이나 기무사 모두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인데 자칫 프레임이 정쟁으로 흐를 수 있어서다.

    청와대는 집권 초부터 육군 출신이 아닌 해군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국방개혁을 준비해왔다. 최근 개각 국면에 송영무 장관의 교체설이 잘 거론되지 않는 것도 국방개혁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초 송영무 장관은 국방개혁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인 KAMD와 킬체인,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를 빨리 확보해 공세적인 개념을 펴려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등 위협에 실질적 변화가 있을 경우 한국형 3축 체계 개념과 전력 소요 등을 검토ㆍ보완할 것"이라는 가정이 붙었다. 정부 내의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서 톤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국방개혁안은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발표되지 않았다. 청와대로써는 정부와 손발을 맞추며 국방개혁을 추진해줄 인사가 아직 필요한 셈이다.

    기무사 역시 기무사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청와대가 이미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를 지시해놓은 상태다. 진실 공방 논란 자체가 기무사 개혁이나 문건 문제 등에 대한 적폐 청산 프레임을 흐릴 수 있다. 청와대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실제로 여당인 민주당은 기무사 문건의 프레임이 자칫 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의 진실 게임처럼 전개하면서, 장관의 개혁 의지를 좌초시키기 위해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양상"이라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기무사 문건 그 자체"라며 "엄중한 진상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