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평가요소로 무기 탈취,,청와대 점령 시도, 국지도발 등 명기… 실현 가능성 낮아
  •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 계획 세부자료의 일부. 문건은 비상계엄 선포문이다. ⓒ뉴시스 DB
    ▲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 계획 세부자료의 일부. 문건은 비상계엄 선포문이다. ⓒ뉴시스 DB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지난 23일 공개됐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일부만 공개했던 문건 전체가 공개된 것이다.

    본지가 해당 문건을 확인한 결과, 계엄 선포의 조건으로 ▲과격 폭력시위 ▲폭동발생 ▲경찰서 피습 ▲무기 탈취 ▲청와대 등 주요 시설 점령 시도 ▲국지도발 및 특작부대 침투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정부 기능 유지의 제한 여부 등을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들이다. 다만 이 문건에는 청와대가 언급한 대로 ▲계엄해제 직권상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과 ▲언론 통제에 관한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정치적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독립수사단에 '원칙 수사' 지시한 청와대

    청와대는 지난 20일 2급 비밀로 분류됐던 67페이지 분량의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의 일부를 공개했다. 7월 10일 대통령이 '독립수사단 구성'이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안 격으로 작성된 문서다. 해당 문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당시 "이 문건이 가지고 있는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며 "청와대는 이 문건의 '위법성과 실행계획 여부, 이 문건의 배포 단위' 등에 대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계엄령이 어떻게 발동되고 어떤 절차를 밟는지 통상적인 메뉴얼이 담겨있는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 메뉴얼과 이 '대비계획 세부자료'(기무사 문건)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했다.

    이날 김 대변인이 언급한 내용은 ▲계엄 포고문이 작성돼 있고 ▲ 통상 계엄메뉴얼과 달리 합참 의장을 배제하고 육군 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했으며 ▲대통령이 국정원장에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지시 ▲언론, 출판 공연, 전시물에 대한 사전 검열 공고문과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방안 등이다.

    문서 살펴보니… 까다로운 계엄 선포 조건

    하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문서의 세부 내용을 확인해보면 계엄선포 조건이 적지 않게 까다롭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문서 속 '계엄 선포 결심 조건'에는 여러 개의 문항으로 된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이중 특정 상황을 핵심 평가요소로 분류해 별(★) 표시로 따로 분류해 두었다. 핵심 평가요소를 다각도로 충족할 때 전국에 비상계엄 선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런데 핵심 평가 요소에는 ▲과격 폭력시위 ▲폭동발생 ▲경찰서 피습 ▲무기 탈취 ▲청와대 등 주요 시설 점령 시도 ▲국지도발 및 특작부대 침투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정부 기능 유지의 제한 여부 등 다수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집회 예상지역을 방호하기 위한 '중요시설 방호부대 투입 결심 평가 요소'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방호부대 투입 결심보조 도표의 핵심평가 요소에는 ▲시위대에 의한 공공기관 무단진입 시도로 제 기능 마비가 우려되는가 ▲기관별 자체 방호인력 및 경찰력만으로 시설 방호가 불가능한가 ▲시위가 대규모 및 과거 시위로 변질되고 있는가 ▲경찰력만으로 치안질서 유지가 불가한가 등이 있다.

    문건에는 이를 충족한다고 판단되면 중요시설의 방호 투입을 건의하거나 계엄임무수행군의 투입을 건의한다고 돼 있다.

    국회 통제 방안 등은 계엄실무편람과 달라

    다만 김의겸 대변인이 언급한 대로 이 67페이지의 문건 중 일부 내용은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과 내용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계엄령 문건 속에서는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표결시도를 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가 명기돼 있지만, 편람에는 현행법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엄령 문건에는 특정 방송사와 통신사 등 특정 언론사의 보도를 사전검열·통제하고 인터넷 포털 및 SNS 차단 등이 있지만 편람에는 인터넷 기능을 훼손하지 않고는 사전 검열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계엄사령부의 국가정보원 통제나 집회 및 시위의 제한 등은 기무사 문건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논란 계속될 듯

    이와 관련 여당은 기무사 문건이 일반적 대응 메뉴얼인 계엄편람보다 더 높은 수준의 통제방안이 담겼다는 점을 지렛대로 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기무사의 세부 자료 방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비상계엄 선포문, 인터넷 SNS차단 방안, 국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야당 의원 체포 계획까지 수립했다"며 "한국당이 계속 엄호하면 위헌 세력이 되는 것이고, 내란 음모 세력을 엄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문건에 나타나는 국회 무력화나 언론 장악 같은 용어들이 우리 사회를 경악시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문제는 계엄령 발동을 전제로 대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사태를 획책하려 했는지 여부"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