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19일 오후 7시 30분 전라남도 완도 앞바다 통과… 한국, 억류 안해”
  • ▲ '미국의 소리' 방송이 '마린트래픽'에서 확인한 '스카이 엔젤' 호의 위치. 전남 완도 앞바다를 지나 갔다. ⓒ美VOA-마린 트래픽 화면캡쳐.
    ▲ '미국의 소리' 방송이 '마린트래픽'에서 확인한 '스카이 엔젤' 호의 위치. 전남 완도 앞바다를 지나 갔다. ⓒ美VOA-마린 트래픽 화면캡쳐.
    지난 17일부터 논란이 됐던 북한 석탄 운반 화물선들이 한국 영해를 비롯해 여전히 동북아시아 지역을 자유롭게 항해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는 제재 위반 선박이 항구에 들어왔을 때뿐만 아니라 영해에 들어왔을 때 억류가 가능한데 한국 정부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선박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 트래픽’ 확인 결과 북한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한국에 가져온 ‘스카이 엔젤’ 호는 러시아 나홋카항, ‘리치 글로리’ 호는 중국 장인항으로 향하고 있었다”면서 “그 중에서 中바위취안항을 출발했던 ‘스카이 엔젤’ 호는 19일 오후 7시 30분 무렵 전라남도 완도군 당사도에서 4km 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금은 ‘스카이 엔젤’ 호의 AIS 신호는 안 잡히지만 보통 해외 선박들이 중국에서 러시아 극동으로 이동할 때 한국 남해를 통해 부산과 포항 앞바다를 지나는 점으로 볼 때 이들도 계속해서 한국 영해를 항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스카이 엔젤’ 호뿐만 아니라 ‘리치 글로벌’ 호 또한 한국 영해를 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확인한 데 따르면 ‘리치 글로벌’ 호는 일본을 떠나 20일 오전 2시 무렵 대한해협 인근을 지났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리치 글로벌’ 호가 이날 제주도 앞바다를 지나 목적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일 새벽에도 대한해협 인근 지나가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불법 활동에 가담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이 입항하면 억류·조사·자산동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만약 해당 선박이 입항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유엔 회원국 영해 안에 있으면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즉 ‘스카이 엔젤’ 호나 ‘리치 글로벌’ 호가 한국 영해에 들어왔을 때 정선 명령을 통해 억류, 조사, 자산동결 조치를 취해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화물선들이 북한 석탄을 한국으로 들여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17일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 美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이 지난 7월 16일 원산항을 찍은 사진. 항구에 접안한 화물선에 검은 물체가 가득 쌓여 있다. ⓒ美VOA-플래닛 화면캡쳐.
    ▲ 美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이 지난 7월 16일 원산항을 찍은 사진. 항구에 접안한 화물선에 검은 물체가 가득 쌓여 있다. ⓒ美VOA-플래닛 화면캡쳐.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해 석탄을 수출하는 수준이 화물선 몇 척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위성사진에는 북한의 석탄 수출이 매우 활발한 모습이 찍혔다는 게 ‘미국의 소리’ 방송의 지적이었다.

    민간위성업체 ‘플래닛’이 7월 16일과 18일 북한 원산항 일대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석탄이 쌓여 있는 항구 옆으로 90m 크기의 화물선이 정박해 있다. 화물선에는 2개의 적재함이 있었는데 모두 검은색 물체로 가득 차 있었다. 석탄으로 보인다. 또한 원산항의 석탄 야적장에는 여러 대의 트럭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7월 16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앞부분이 붉은 트럭 6대가 석탄이 쌓인 곳 주변에 몰려 있고, 다른 3대는 줄지어 야적장 안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7월 18일 촬영 사진에는 트럭들 대신 노란색의 다른 중장비 몇 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북한 석탄 교역량 급증"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3월과 4월에 원산항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 그리고 7월에 촬영한 사진으로 보면, 쌓여 있는 석탄의 양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옅은 색의 광물들도 원산항에서 포착돼 석탄 이외의 광물도 해외에 수출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또한 원산항 석탄 야적장, 항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철로가 내륙에서 캔 석탄을 원산으로 옮기는 경로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美국무부는 “북한 석탄이 중국 화물선에 실려 한국에 유입된 사실이 있는데 논평을 해달라”는 ‘미국의 소리’ 방송 요청에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게는 ‘일방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美국무부는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의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미국은 모든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 제재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각국 정부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 지난 16일(위)과 18일(아래) 원산항 인근 석탄 야적장을 찍은 위성사진. ⓒ美VOA-플래닛.
    ▲ 지난 16일(위)과 18일(아래) 원산항 인근 석탄 야적장을 찍은 위성사진. ⓒ美VOA-플래닛.
    美국무부는 “우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완벽하게 이행하기 위해 세계와 협력하고 있으며, 대북제재를 위반한 주체들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관계당국이 조사중"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한 美국무부의 논평은 “민족이건 특수 관계건 뭐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를 도와주는 개인, 단체, 국가에 대해 유엔이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 혼자서라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지난 19일 북한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에 반입된 것에 대해 “현재 관계당국이 조사 중이며 위법 여부가 밝혀지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발전업체들은 “북한산 석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산 무연탄이 쓰이는 곳은 화력발전소가 아니라 제철 등 다른 분야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