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표방 초·중·고교생들 교육청 홈피 '민원 공격'... "교내 성차별 보호책 마련하라"
  • ▲ '청소년 페미가 겪는 학교폭력'
 트위터 계정. ⓒ 화면 캡처
    ▲ '청소년 페미가 겪는 학교폭력' 트위터 계정. ⓒ 화면 캡처

    "학교 성폭력으로부터 청소년 페미니스트를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서울교육청 국민신문고에 잇따라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혜화역에서 벌어진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로 촉발된 성별 갈등이 10대 청소년에게로 번진 모양새다.

    서울교육청에는 13일부터 15일까지 78건의 학교 성폭력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신청은 모두 '청소년 페미(페미니스트의 줄임말)가 겪는 학교 폭력'이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청소년 페미'는 13일 트위터에, "청소년 페미니스트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교육청 민원 접수를 시작한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들이 '민원 총공'과 같은 용어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이 표현은 '청소년 페미'의 민원 접수가 다분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소년 페미'는 서울교육청에 이어 20일부터 경기교육청에 대한 '민원 총공'을 시작했다.

    이름도 낯선 '청소년 페미'는 지난달 혜화역 시위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청소년 페미가 겪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고, 청소년 페미를 지원하는 조직'을 자처하면서 이달 초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서울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한 뒤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는 거리낌이 없다. 청소년 페미들이 밝힌 연령대는 고교 2학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하다.

    SNS에는 '청소년 페미'가 서울교육청 홈피 온라인 게시판에 민원을 올린 인증샷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13살 초등학생 페미 청소년'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내가 페미라는 사실을 친한 친구들만 알 뿐, 남재애들은 모른다. 작년 5학년 때부터 남자애들 중 절반 이상이 성적 발언을 한다”고 했다.

    '페미니즘'이란 용어에 내포된 사회적 담론과 사상적 쟁점을 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페미' 혹은 '페미니즘'이란 표현을 13~16세의 어린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다.

    '청소년 페미' 트윗 계정에는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도, #청소년페미가 겪는 학교폭력, #민원총공 인증 등의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청소년 페미'가 접수한 민원을 민주시민교육과 학생인권교육센터에 배정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