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때 미국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트럼프와 푸틴 사이엔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인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째 막가는 것 같다.

    그는 백인 중하층, 비(非)지식인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가 그렇게 대통령이 된 이면에는 미국 지식인 사회의 위선적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럴 만한 사회적 배경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매사 정도 문제다. 지나치면 안 된다. 트럼프의 막가는 언동은 최근 들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평들이다.

     유럽을 적(敵)으로 취급하고 나토를 내리깎고 합동기자회견에서 비굴하게 푸틴 편을 들고 북한 핵 폐기의 시간표 따위는 아예 없다고 하는 등, 이 사람이 도무지 무슨 짓을 할 사람인지 알 수가 없게끔 만들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를 편들어 오던 폭스 뉴스까지 “구역질 난다”고 극언했을까?

     그가 미국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지켜주고 전 세계 걱정하느라 돈 쓰고 파병하고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는 데야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가 한국을 저처럼 깔아뭉개며 오히려 김정은을 치켜세우는 것 역시 한국이 그 만큼 밉게 굴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결과다. 한국 우파는 쫄딱 망했고, 좌파는 그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화염병을 던졌다. 이런 한국을 그가 뭣 때문에 좋아해야 하는가?

     하지만 글로벌 국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기껏 저 정도의 교양수준 밖에 안 되나 하는 건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 자체를 위해 안 된 일이다. 네까짓 변두리 국가의 일개 서생(書生) 따위가 주제넘게 웬 미국 걱정이냐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저런 미국을 바라보자면 로마의 쇠망기 때도 황제들 수준이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자못 흥미진진해진다. 후세의 헐리우드 명감독 하나가 오늘의 ‘트럼프 1세’를 두고서 코미디 영화 한 편 끝나게 만들어낼 것 같다.

     11월 중간선거 때 미국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트럼프와 푸틴 사이엔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인가?
    푸틴은 트럼프의 과거 행실에 관해 어떤 물증이라도 쥐고 있는 것일까? 저런 트럼프에 대해 미국 의회, 민주당, 공화당 내 일부는 이미 진저리를 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미국 지식인 사회의 위선을 폭로한 것이라면, 최근의 그에 대한 혐오는 미국 판 마초(macho)의 ‘막 가기’에 대한 때늦은 환멸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만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자유인들의 이상을 대표하지 않는다. 대표할 생각도 물론 전혀 없지만 말이다. 한국 우파도 이제는 제 힘으로 살든가 죽든가 하게끔 내몰렸다. 내몰리기 전에 홀로서기 워밍업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이미 한참 늦었다. 늦은 자를 기다려 줄 떡이란 이 세상에 없는 법-굶어 싸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8/7/1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