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위반 논란 증폭… "불법 수출 지원 선박은 억류·검사 조치" 규정
  • 미국이 위성으로 찾아낸 북한 선박의 환적 증거. 사진은 례성강 1호 ⓒ뉴시스 DB
    ▲ 미국이 위성으로 찾아낸 북한 선박의 환적 증거. 사진은 례성강 1호 ⓒ뉴시스 DB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첫해에는 물론, 올해에도 포항과 인천에 북한산 석탄이 환적됐다는 지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으로 비쳐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문재인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7일 북한산 석탄이 환적됐다는 보도에 대해 묻는 본지 기자에 "산자부나 외교부에 확인해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본지 기자의 같은 질문에 대해 "제가 잘 알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이같은 논란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 수정본'에 러시아에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각각 인천과 포항에서 환적된 것으로 기록되면서 불거졌다. 보고서를 보도한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7월과 9월 원산과 청진에서 토고와 북한 선적에 석탄을 싣고 러시아 극동지역의 홀름스크 항으로 보냈다.

    북한 화물선은 석탄을 일단 하역한 뒤 파나마 선적 화물선인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에 옮겨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들어왔다. 특히 '리치 글로리'호의 석탄은 1톤당 65달러, 총 32만 5천달러라는 가격표까지 제시됐다.

    이는 지난 2017년 8월에 나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위반한 것일 수 있다. 대북제재안 2371호는 북한산 석탄 등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제재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청와대가 답을 피한 것이다.

    다만 외교부는 "대북제재위원회 패널보다 우리 정부가 먼저 인지를 했다"면서도 "현재 관계 당국에서 조사중이다. 내용은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는 원론적 차원의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이처럼 원론적 대응을 하는 사이, 한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앞서 북한산 석탄 환적을 보도 했던 〈미국의 소리〉는 18일 "다시 한국에 입항했던 화물선 2척은 모두 중국 업체 소유로, 사실상 중국 선박"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나아가 "불법을 저질렀던 이 선박들은 한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억류 받지 않고 풀려났다"고도 했다. 두 선박이 안전검사를 받은 시기가 2018년 2월인 점을 감안하면, 2017년 12월 유엔 안보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위반 가능성이 새로 제기된 셈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97호는 기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수출을 도왔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선박은 유엔 회원국이 억류, 검사,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역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질문을 받았으나 "외교부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 이행 및 감시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17일 "한국에서의 환적은 '북한산 석탄은 판매는 물론 운송까지 금지한다'는 안보리 결의안 위반 소지가 크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북제재 이행 및 감시에 가장 앞장서야 할 대한민국 정부가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UN 대북제재는 국제사회의 약속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반드시 이행해 나가야 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도 동일한 입장"이라며 "정부는 사실관계를 신속하고 면밀하게 파악해서 조치를 해야 하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서 철저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의 권성주 대변인은 "이참에 전국의 모든 항만과 공항, 그리고 관세청과 수출입 관련 정부기관은 그간의 북한 관련 전체 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해서 검토 받아야 한다"며 "청와대가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면 관계자 처벌이 필요하고, 보고를 받고도 숨겼다면 국제사회와 국민을 우롱한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권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처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 몰래 북한과 '내통'하는 국가로 치부되지 않길 바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