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욕조가 수족관보다 못하다” 어랑천 발전소 등 곳곳에서 “일하라” 외치며 신경질
  • ▲ 함경북도에 있는 온천인 온포 휴양소를 찾아 짜증을 내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함경북도에 있는 온천인 온포 휴양소를 찾아 짜증을 내는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김정은이 지난 며칠 사이 함경북도를 비롯해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돌면서 경제를 챙기는 척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함경북도에 있는 경제 관련 시설을 시찰하며 관계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이 함경북도 일대를 시찰했다고 전했다. 이날 보도된 곳만 해도 청진가방공장, 중평리 채소온실공장, 온포휴양소, 염분진 호텔 건설현장, 라남탄광기계 연합기업소, 청진조선소, 북한군 제810부대 산하 낙산 바다연어양식장, 석막대 서양연어 양식장, 어랑천 발전소 건설현장 등 8곳에 달했다.

    김정은은 온포 휴양소에 들러 “목욕탕 관리를 잘 하지 않아 욕조가 양어장의 물고기 수조보다 못하고 탈의실도 환기가 잘 안 돼 쾌쾌한 냄새가 난다, 정말 너절하다”며 현지 관계자들을 질책했다고 한다. 그는 온포 휴양소가 김일성 때 메기 양식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지은 온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계자들에게 “온천 휴양소를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을 말아 먹고 죄를 짓게 된다”면서 “일을 잘하려면 말이나 글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온포 휴양소를 현대식 온천 리조트로 만드는 개축 공사를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김정은은 또한 온포 휴양소가 있는 함경북도 경성군 노동당 책임자에게 “이 지역에는 들판도 있고 산과 바다를 끼고 있으며 교통이 좋으므로 공업, 농업, 수산업을 발전시킬 토대가 갖춰져 있으니 지역 경제를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 머리를 쓰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어 함경북도 어랑군에 있는 어랑천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서는 “공사를 시작한 지가 17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총 공사의 70%밖에 진행하지 못했느냐”며 길길이 날뛰었다고 한다. 김정은은 내각의 발전소 건설 책임자들이 몇 년 째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는 보고를 들은 뒤 “현장에 노동력도 자재도 없는 상황이 되도록 내각은 왜 대책을 세우지 않았느냐”고 화를 내면서 “대체 발전소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이냐 말자는 사람들이냐? 보고서가 없어 직접 와보니 말이 안 나온다, 정말 뻔뻔스럽다”고 내각 관계자들을 질책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말로만 계획을 세우고 문서로만 건설하는 것처럼 꾸몄지 실행은 없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무능력한 사업 태도와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이런 태도는 경제문제 해결에 대한 조바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일본, EU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점차 강해지는 것에 비례해 노동당 등 북한 권력층의 경제력이 악화되자 ‘경제 악화=지배력 약화’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는 주장도 곁들여 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의 함경북도 현장 시찰에는 황병서, 김성남, 조용원, 오일정, 김용수 등 北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