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수사단 마련했는데… 靑 "출동 준비, 계엄령 실행 여부 '포괄적' 보고" 지시
  •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집회·태극기 집회가 소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대비한 '전시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하 계엄령 문건)'에 대해 국방부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등 각 부대 사이에 오간 모든 보고와 문서를 즉시 대통령에게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군 내에 독립수사단장을 구성해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과는 별개로 나온 지시여서 자칫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16일 "계엄령 문건에 대한 수사는 국방부의 특별 수사단에서 엄정하게 수사를 하겠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가 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오고 간 문서를 제출해야 할 기관은 '계엄령 문건'에 나와 있는 기관들로 국방부, 기무사,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 등과 그 예하 부대"라며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만으로도 각 부대 병력이 동원되는 장소나 그런 것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느냐"며 "그 내용을 실행하는 데에는 여러 단계가 있겠지만 준비단계까지 갔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까지 청와대 참모진과 대통령께서 보고받은 내용은 나와있는 문건에서 크게 진전이 있지는 않다"며 "이 문건만으로는 해석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실제 각 부대가 출동할 준비를 갖췄는지, 어느 정도 지시가 내려졌는지 구체적으로 파악 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시사항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와대가 결론까지 가이드 제시한 셈"

    하지만 청와대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 10일, 청와대가 대통령 특별지시로 독립수사단을 구성키로 한 취지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독립수사단의 독립적 수사를 지시해놓고 다시 청와대가 보고를 받는 다는 것은 청와대가 먼저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처럼 보인다"며 "비육군 등 독립수사단 구성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청와대가 이제는 결론까지 가이드를 제시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지시를 발표할 당시, 청와대는 독립수사단을 언급하면서 "민간 검찰에서 준용하는 독립수사단을 준용해서 구성되지 않을까 한다"며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동안에는 누구에도 보고하지 않고, 지휘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독립수사단과 별개로 따로 보고 받고 자체적으로 판단키로 한 것이다. 

    실제 청와대는 보고 결과에 따라 추가 수사 지시등을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인 만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 사건의 실체를 알 필요가 있다고 하는게 우선적 내용"이라면서도 "(문건을 검토한 결과에 따른 추가 수사 지시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앞질러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특별지시 관련 브리핑을 통해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독립 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이유에 대해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가 기무사,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시점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기무사는 지난 3월 송영무 장관에 계엄령 문건의 존재를 보고 했고, 청와대도 이후 인지하게 됐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대통령이 인도-싱가포르 순방 중에 다급하게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께서 (청와대로) 보고를 했다는 4월 30일에는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여했지만 청와대에 문서 원본을 배포하지 않았고, 회의에 주된 내용은 기무사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회의 석상에서 계엄령 문건 관련 질의나 토의는 일절 없었다"며 "실제로 대통령에 보고된 것은 6월 28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송영무 장관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언론인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면서도 "촛불시위 당시 계엄령과 관련돼 보고·지시한 내용에 대한 것과 국방부 장관이 3월에 보고한 것은 행정적 절차에 관한 것으로 영역이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