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보위부원 꺼리고 장사·운전수·도둑 인기…北청년들 생수장사 몰려”
  • ▲ 평양의 한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린 뒤 부모에게 인사하는 부부.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양의 한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린 뒤 부모에게 인사하는 부부.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북한에서는 신랑감으로 보위부원, 안전원(한국의 경찰)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자본이 거의 들지 않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생수 장사’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3일 “요즘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신랑감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한 평양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는 권력기관에서 일하는 보위부원과 안전원이 인기가 높았는데 이들이 뇌물이나 받고 선량한 사람들을 등쳐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들을 꺼리는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 내부에서는 ‘장·운·도’가 최고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장사꾼, 운전수, 도둑놈을 뜻하는 말로 모두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도 돈을 많이 벌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때문일까. ‘자유아시아방송’은 같은 날 “최근 북한에서는 종자돈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샘물 장사(생수 장사)가 남성들이 하는 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도시에서는 자본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는 샘물장사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면서 “특히 직장 출근 때문에 장사를 못했던 남성 노동당원들이 앞 다퉈 샘물 장사(생수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남성들이 생수 장사에 뛰어드는 이유는 사회기반시설의 마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북한 상하수도 사업소에서 운영하는 수돗물은 오염이 너무 심해 식수로 사용할 수가 없으며 지하수도 석회질 등 오염 성분이 많아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때문에 북한에서도 산 속에서 떠 온 자연산 샘물만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생수 산업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한다.
  • ▲ 북한 남포시 소재 강서약수공장 내부 모습. 이처럼 北당국이 생산·제조하는 생수는 가격이 비싸 일반 주민들은 사먹지를 못한다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남포시 소재 강서약수공장 내부 모습. 이처럼 北당국이 생산·제조하는 생수는 가격이 비싸 일반 주민들은 사먹지를 못한다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식통은 “평안남도 직동, 천성, 금천리 같이 깊은 산골 지역에 생수 공장을 건설하고 생수를 만들어 장마당에서 판매한 지가 오래 됐다”면서 “그러나 장마당에서 파는 생수는 1리터 당 북한 돈 2,000원에 달해 노동당 간부나 돈주 정도 돼야 사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들이 매일 새벽 산속에서 직접 길어와 파는 ‘바라샘물(병에 포장하지 않은 샘물)’은 1리터 당 북한 돈 700원이어서 북한 주민들이 매우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화를 하면 생수 장사가 집까지 배달도 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단골 고객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도시의 생수 장사들이 점차 기업화돼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신의주, 평성처럼 도시에서는 자전거나 손수레가 아니라 차량으로 생수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아침저녁으로 각 동네를 돌면서 생수 장사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상술이 뛰어난 사람들은 부자들이 많은 동네를 확보하려고 아예 외상 판매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현재 국내에도 널리 퍼진 생수 배달업과 매우 흡사하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친 뒤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산림 황폐화가 일어나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비가 내린 뒤 숲을 통해 물이 걸러지고 저장돼 지하수로 흐르지는 못하고 그대로 강으로 휩쓸려가 수자원 부족을 겪는 것이다. 북한의 산림 재건 전까지는 물 부족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에 생수 장사도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