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최저임금 의결 브리핑을 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뉴시스
    ▲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최저임금 의결 브리핑을 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뉴시스
    시속 300km로 도심을 질주하던 무법자가 어느날 갑자기 속도를 시속 200km로 낮췄다고 해서 그를 '준법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하고 도로를 난장판으로 만들기는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황당한 주장이 최근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버젓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소위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심지어 '우향우'라는 표현마저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9%를 두고서 말이다. 

    물론 올해 인상률 16.4%에 비해서는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 1만원 최저임금' 달성이 불투명해진 점도 분명해보인다. 최근들어 급격히 불거지는 각종 지표상의 고용 악화와 경제 불황이 현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9%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다.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9%는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며, 2008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두자릿수를 기록한 적이 없다. 게다가 취업자수 증가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물고 실업자가 6개월 연속 100만명 이상인 최악의 '고용 위기' 속에서 10.9% 인상은 결코 '우향우'일 수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정부와 집권여당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다. 여전히 소득주도성장론에 매달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다 줄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해 그만큼 소비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1차원적' 계산법만 믿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발생하는 실업과 그로 인한 소득 상실, 그리고 임금 부담 가중에 따른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감소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정부가 재정으로 메꿔주겠다는 발상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부담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현행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러 전문과와 기관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데도 두자릿수 인상률을 결정해버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느 정도 '알면서도' 멈출 줄 모르는 문재인 정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9%은 여전히 '초과속'이다. 시속 200km로 달린다고 해서 '적정 속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대를 살짝 오른쪽으로 틀었다고 해서 곧바로 우회전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면 얼마든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