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작전 중 외국계 보안업체 "시위대가 당장 위협은 아니겠지만 소개작전 필요할 듯" 권고
  • ▲ 사미 라마난디 씨가 현지에서 전화로 찍어 올린 바스라 시내 시위대 행진 모습. ⓒ사미 라마난디 씨의 트위터 영상 캡쳐.
    ▲ 사미 라마난디 씨가 현지에서 전화로 찍어 올린 바스라 시내 시위대 행진 모습. ⓒ사미 라마난디 씨의 트위터 영상 캡쳐.
    테러조직 ISIS가 물러난 이라크 지역에서는 최근 실업 문제, 전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가 폭동으로 변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에서 작전 중인 외국계 보안업체 관계자는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는 바스라 지역에서 시위대가 한 원유생산시설을 점령하는 등 현지 치안 상태가 매우 불안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보안업체 관계자는 "바스라 지역에 있는 웨스트쿼나 유전이 시위대에 점령당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면서 "인근에는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권고했다.

    보안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바스라 지역은 석유·천연가스 생산시설이 많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석유화학업체들이 몰려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삼성 엔지니어링,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그는 "시위대가 유전에 들이닥치자 현지 경찰을 모두 도망갔고 외국계 보안업체 요원들만 남아서 외국인들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쿼나 지역의 외국기업 임직원들이 헬기로 탈출했다"는 외신보도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는 "시위대가 유전을 점령했다고 해도 당장 한국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과거 북아프리카 혁명 당시 시간이 흐를 수록 위험해진 것처럼 이번 경우에도 한국 정부는 자국민 대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고했다. 실제 아랍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스라 지역 시위대는 며칠 전부터 "석유공장에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면 텅텅비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 ▲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지역에서 시위가 끝난 뒤의 모습. ⓒ연합뉴스-로이터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지역에서 시위가 끝난 뒤의 모습. ⓒ연합뉴스-로이터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안업체 관계자는 "다른 나라 기업들은 직원들의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경호나 보안업체를 선정할 때 비용보다는 실적이나 역량을 보는데 한국 기업들은 유독 저렴한 비용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라크 폭동과 현지 한국인의 안전 문제에 대해 묻자 "현재 상황을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지난 13일 해외안전경보를 통해 이라크 바스라 일대의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으므로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들은 매우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외교부는 경보를 통해 "바스라 지역은 이라크에서 원유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어서 현지 주민들은 원유 생산시설을 위협해 정부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주민들은 또한 자국 정부와 함께 외국계 석유화학 기업들에게도 일자리 마련, 생활고 개선 등을 요구하려는 것 같다고 외교부는 풀이했다.

    AFP통신, 로이터 통신, 러시아 투데이 등은 바스라 지역의 시위가 더욱 과격해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라크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대상이 이제는 중앙정부를 넘어 현지에서 일하는 석유 관련 업체로까지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 또한 현지에 있는 석유화학기업 직원들을 위해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