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이후 한 달여, 변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그 ‘친서’(親書)에서 비릿한 냄새 맡게 되는 이유
  • 李 竹 / 時事論評家

      ‘6·12 싱가포르 회담’이 있고 나서,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4월 27일’이 지난 지는 3개월이 되어 온다. 그 중간에 ‘5월 26일’도 있었다. 그간에 이 나라에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했다. 급변(急變)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 나라에서 의미 있는 ‘군사 훈련[연습]’은 줄줄이 중단·연기·축소되고 있단다. 핵미사일을 막으려 했던 무기·장비들도 무용지물(無用之物) 취급을 받는다. 양키군대가 떠날 수도 있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국민들 머리와 가슴 속에서 ‘전쟁’은 이미 삭제되었다. ‘전쟁’을 그나마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언사는 ‘전쟁 끝내기’[終戰] 정도뿐이다.
      불과 몇 년 전부터 그렇게 오래 되지 않은 시절까지에 쭉 있어왔던 북녘의 여러 차례 핵실험과 갖가지 미사일 발사는 이미 역사적 사실도 아닌, 아예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지 싶다.

      이른바 ‘비핵화(非核化) 사기’(詐欺)를 당하면서도, 그 ‘사기꾼’이 “비핵화 의지” 또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수시로 띄워주고 외쳐댔다. 딱히 그래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나라 적지 않은 국민들이 북녘 ‘사기꾼’에게 믿음과 존경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급기야는 “김정은 위원장이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북과 남은 원래대로 하나가 되어’라고 하신 말씀은 제가 생각했던 통일의 모습이었다...”고 감격해 하는 청춘 얼간망둥이들도 엄청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한편, 그 무슨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경제제재’ 그물망은 화물선도 빠져나갈 만큼 헐렁해 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별로 변한 게, 변할 기색이 없는 곳이 있단다. ‘군 당국’과 외국 언론에 의해 알려진 것들이 많다. 6·12 이후의 일들이란다.
      ① 핵물질을 생산하는 북녘 영변 핵 시설과 북녘 ‘로켓맨’이 ‘폐기’를 약속했다는 평북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계속 정상 가동
      ② 북녘에서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 건조 중
      ③ ‘조선인민군’은 올 하계 군사훈련을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작 등등이다.
      물론 허접한 ‘동굴’ 한군데 폭파를 생색질 하고, 그걸 “참 잘했어요!”라고 떠받드는 부류들도 있긴 하다.

      그렇다... 한두 번도 아니고 짜증스러울 정도로 ‘수구 꼴통’ 또는 ‘전쟁광’(戰爭狂)들이 꾸준히 짖어대듯, 북녘의 ‘비핵화’는 역시 예상대로 꾸준하게 착착 진행되고 있나보다. ‘준비된 핵무기를’[備核化] ‘깊숙이 꼬불치는’[秘核化]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그 질(質)과 양(量)을 늘리는 ‘비핵화’[肥核化] 모습도 과감히 내보이는 셈이다.
      그리고 또 다시 북녘이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짖어대고 있단다. 여전히 양키나라를 상대로 한 북녘의 ‘시체 팔이’ 장난질이 계속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거간꾼’과 주변에서는 여전히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거나, “북-미 협상이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꿈을 펼쳐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녘과 이른바 ‘고위급회담’을 하러 평양에 들어갔던 양키나라의 거구 ‘폼’쟁이 장관이 또 다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 등 횡설수설과 함께 빈손(?)으로 나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멋진 장면이 공개된다.


  • “친애하는 대통령각하.

    24일전 싱가포르에서 있은 각하와의 뜻깊은 첫 상봉과 우리가 함께 서명한 공동성명은 참으로 의의깊은 려정의 시작으로 되었습니다.

    나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리행을 위하여 기울이고있는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조미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것이라고 굳게 믿고있습니다.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관계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합니다.”

      북녘의 ‘로켓맨’이 양키나라 ‘도’통령에게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친서’(親書)라는 걸 보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도’통령은 다음과 같이 떠벌렸다고...

    “정말 매우 따뜻하고(warm)하고, 매우 좋은(nice) 편지였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appreciated).”

      잉글리시가 짧은 필자의 입장에서 잉글리시로 된 문장이 어떻게 격조가 높은지는 평가할 수 없다. 그저 조선말로 쓴 내용을 읽을 뿐이다. 글쎄 그 ‘친서’ 내용이 얼마나 “따뜻하고 매우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릿한 ‘콧소리’[鼻音]에 애교가 담뿍 묻어나는 듯은 하다. 아양과 교태(嬌態)마저 느껴진다. 그 친서에 ‘비핵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가치를 폄하하는 언론도 있다지만, ‘비핵화’는 어쨌든 담겨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기’(詐欺)가 궁극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거의 0[제로]다. 그게 순리다. 하지만 그 본색이 탄로 나는 시기를 계속 늦추거나 목적하는 시점까지 버티려면, 상대방에 대한 거듭된 ‘속임수’와 ‘교란’(攪亂)이 필요하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 또는 ‘사기’로 ‘사기 돌려막기’라고 할만하다.
      따라서 이런저런 정황을 따져 보면, 그 무슨 ‘친서’라는 데서 ‘애교가 담뿍 담긴 콧소리[鼻音]’로 다시 어물쩍 넘어가려는 ‘비핵화’[鼻核化]의 냄새를 맡을 수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통령의 반응은 어쩜 저렇게도 그야말로 ‘따뜻’할까?
      ① 순진해서... ‘로켓맨’의 선의(善意)에 감복했다. 그리고 선의가 실현되리라 굳게 믿고 있다.
      ② 멍청해서... 뭐 그냥 계속 ‘사기’ 당하는 거다. 알아도 쪽 팔리니까, 속으로는 꿍꿍 앓는다.
      ③ 다른 꿍심이 있어서... 모종의 압박? 큰일을 저지르기 전의 표정 관리?

      워낙에 괴팍하다고들 하니, 더 이상 속심을 알려는 것도 예의는 아닐 듯하다.

      어떻든 간에, 당분간이나마 북녘의 핵실험은 없을 테고, 미사일이 날아다니지는 않을 듯도 하다. 아직 ‘사기’(詐欺)의 본색을 내보이기에는 너무 이르니까. 더 더욱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는 판을 깨거나 ‘전쟁’을 발설하지도 않을 것이고, 해서도 안 되니까. 그렇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이 나라 국민들도 꽤 된단다. 특히 ‘거간꾼’의 꿈이 실현될 거라고 굴뚝 같이 믿어 온 수 많은 국민들은 더 없이 행복하다고 한다. ‘항구적인’ 평화가 눈앞에 있다지 않나 말이다. 더군다나...
     
      그 무슨 ‘최저 임금’이란 것도 대폭 오를 예정이어서, ‘소득 주도 성장’이 정상 궤도에 진입할 거라고 한다. 까짓 한밤중에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못 사면,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면 된다. 또한 그 지긋지긋한 노동의 시간도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퍼져있어도 먹고 살아가는 데는 걱정이 없을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돈다.
      적당한 ‘양심’(良心)을 가진 청춘은 잘만 하면 손에 총(銃)을 쥘 이유도 사라졌다. 한여름 땡볕과 한겨울 추위를 겁내지 않아도 되고, 그 무슨 ‘전방’(前方)이란 곳엘 갈 필요 또한 전혀 없게 됐다.
      이대로 배불리 먹고·마시면서 그 배를 두들기면 된다. 이런 기분은 멋진 한자 성어로 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했지 아마. “함포고복(含哺鼓腹)!” 입에서는 격양가(擊壤歌)와 태평가(太平歌)가 저절로 나온다.

     “海東 文龍이 나라샤 일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하시니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다만...

      한 가지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이것도 한낱 넋두리에 불과할 테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북녘 비핵화(非核化)’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칭얼대는 게 ‘조급증’(躁急症) 때문인 듯이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첫 술에 배부르랴”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비핵화’가 여러 다른 ‘비핵화’[이를 테면 秘核化, 肥核化, 鼻核化]로 변하고 있는데도 그 무슨 ‘남북공동체’를 외쳐대고,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이른바 ‘대북(對北) 퍼주기’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건 ‘느긋함’의 실천인가? 아니면, 아예 포기?

      “핵무기는 버얼써부터 이 나라 국민들의 머리 위에 있다고!”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