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8000원 넘으면 살 수 없어… 계약기간 때문에 폐업도 못해" 소상공인들 '하소연'
  •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2019년 최저임금(시급)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긴, 8,000원을 훨씬 상회하는 결정이 나오면서, 이미 동맹휴업을 결의한 전국 3만여 편의점주들의 집단 반발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편의점을 제외한 전국의 소상공인들도 '생존권 사수'를 위해 머리띠를 동여매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노동계 '춘투'를 방불케 하는 영세 상인들의 한 여름 거리 투쟁은 어느 때보다 수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속칭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 성향 매체와 정부 여당 지지자들은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들의 호소에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편의점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문재인 정부 개혁 정책에 대한 딴지걸기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운영이 어려우면 접으면 된다” “알바가 월급을 더 가져가면 안 되느냐” 등의 기사 댓글은 여당 성향 누리꾼들의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편의점주들은 “죽지 못해 연다(운영한다)”는 말로 절박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말도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스스로를 '을 중의 을'이라고 비하하는 편의점주들의 속사정을 모아봤다.

    편의점 차릴 정도면 먹고 살만하지 않느냐?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12일, '나를 잡아가라'는 손 팻말을 들고 동맹 휴업을 결의한 속내를 이렇게 밝혔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비율이 50%를 넘게 됩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기면, 전국의 편의점 주인들은 평균 월 60만원씩 적자를 봅니다. 한 달 꼬박 일해도 손에 쉬는 돈이 130만원 안팎인데,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손에 쥐는 것은 고사하고, 월 60만원씩 빚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성 대표는 같은 매체에 출연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8,200~8,300원 선으로 올라도 그 여파는 편의점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다 같이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정부와 노동계의 '양보'를 당부했다.

    특히 성 대표는 '편의점 차릴 정도면 먹고 살만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모두 개인사업자이고 소자본입니다. 대기업의 어떤 브랜드를 파니까 굉장히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모든 고통을 개인이 감수해야 되는 영세 상인입니다. 저희는 계약 기간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계약 기간 안에 그만두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깁니다.”

    성 대표는 중간에 폐업을 할 수 없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못하겠다고 폐업을 하면 2개월 치 수익을 위약금으로 내야 합니다. 다른 걸 하고 싶어도 기술도 없고, 하루하루 먹고 살 수 있는 게 물건 파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는 편의점주들이 바라는 최저임금 수준은 '동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은 3% 인상, 즉 8,000원 정도”라고 구체적 수치도 밝혔다. 
    성 대표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동맹 휴업에 들어갈 것이고, 고객들에게 너무 죄송하지만 심야 할증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더 오르면, 가게 접고 아르바이트 하는 게 낫다”

    올해로 8년 째 서울 강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한다는 김모씨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입이 주 당 40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보다 적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달 매출에서 본사에 내는 수수료(350만원), 세금 및 운영비(100만원), 임대료(100만원), 아르바이트생 5명 인건비(600만원)을 제외하면, 실제 본인이 가져가는 한 달 수입은 10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폐점하고 싶어도 본사와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된 올해, 업주들이 직접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심야 영업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업주들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 동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조모씨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와 둘이 번갈아 가면서 하루 15시간을 일하지만 월 평균 수입은 15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9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가게를 접고 차라리 다른 곳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한다는 60대 여성 김씨도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녀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아예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그녀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나라가 망한다고 기사에 꼭 써 달라”고 당부했다.

    편의점주의 수입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4,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12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시급이 오르면서 이익이 80만원 밖에 안된 적이 있었다. 시급으로 계산하니 4,000원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이마트24를 운영하는 편의점주 B씨는, 자신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누리꾼들의 무책임한 댓글에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사정도 모르고 '그 정도도 못 주면 때려 쳐라'고 댓글을 다는데, 이럴 땐 '네가 한 번 해봐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고 했다.

    B씨는 “노동계가 원하는 수준으로 시급을 올리면, 우리 같은 자영업자는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며, “기사 댓글을 보면 참 쉽게 말을 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도 사람”이라며 다름과 같은 말을 남겼다. 
    “노동자만 사람이고 우리처럼 전 재산 걸고 대출까지 받은 점주들은 사람으로 안 보이는가. 우리는 죽어도 나 몰라라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제발 좀 살려 달라.” 


    소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위는 기울어진 운동장...결정 수용 불가”

    편의점주들이 임계점으로 잡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대 인상 폭은 3%, 대략 8,000원 안팎이다. 오후 10시 이후 근무자에게 기본급의 1.5배를 야간수당으로 지급하는 최저임금법 조항의 확대 적용 여부도, 편의점주들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핵심 현안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위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임계치를 넘는다면, 자영업자들과 노동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새로운 갈등을 예고한다.

    이미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다. 연합회 산하 노동·인력·환경위원회는 11일 밤 심야회의를 열고,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합회는 최저임금위에 참여 중인 공익위원들의 '노동계 눈치보기'가 도를 넘었다며, “위원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꼬았다.

    김대준 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불능력의 한계에 달한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염원을 공익위원들이 외면했다”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논의되는 어떤 결정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며, 제도 현행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은 연합회의 요구사항에 반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