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군 유해 송환' 실무회담 예고없이 불참… 미국 4시간 기다리다 철수
  •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DB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DB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미북 간 후속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등 외형상 갈등 양상이 드러난 것에 대해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략이라 본다"고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싱가포르 정상회담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미북 간 후속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 "북미 간 협상은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 돌입했다"며 "아무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으나,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북한의 안전 보장을 위해 국제 사회가 노력을 모아간다면 북미(미북)협상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미 정상 간 합의는 잘 이뤄졌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 마련을 위한 실무협상이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라고 짚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일 북한을 방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북핵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가는 등 북한 측에 성의를 보였고 회담 성과를 끌어내는 데도 자신감을 표했다. 하지만 회담 직후 북한 측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하면서 비핵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이 말해온 비핵화와 미국·한국이 이야기해온 비핵화의 개념이 같은 것이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비핵화의 개념에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며 "저는 양측이 정상적 과정에 진입했으며 구체적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자신들은 성의를 다해 실질적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는데도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라며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북한이 미구에 요구하는 상응 조치가 과거와 같은 제재 완화나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적대관계 종식과 신뢰 구축이며 이는 북한의 과거 협상 태도와 큰 차이가 있다"고 두둔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두둔에도 북한은 같은 날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는 북미 실무회담에 나오지 않았다. 미국 측은 "이날(12일) 유해송환문제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 했고, 당일에도 회담 시각을 통보한 뒤 4시간을 기다렸으나 북한 측의 불참으로 회담이 무산됐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수시로 관련 사항에 대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사항과 진행 여부는 미국 측에 문의해달라"고 답했다.
     
    다만 노 대변인은 "미북이 '7월 12일쯤' 미군 유해 송환 관련 협의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추가 물밑협상을 통한 회담 재개 가능성은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