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보도 부인했지만, 구체적 경위 언급은 피해… "적폐청산 메시지 흔들릴까 우려"
  • ▲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중인 지난 10일 대통령 특별지시로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독립수사단 편성을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지시했다.ⓒ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중인 지난 10일 대통령 특별지시로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독립수사단 편성을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지시했다.ⓒ청와대 제공
    지난 3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보고받고도 이를 무시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11일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당시 곧바로 청와대에 보고를 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언제 알았는지 등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를 요구했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송 장관에게 수사를 요청한 사실이 없으므로, 그 요청을 받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겨레〉는 11일 '송영무 국방 기무사 계엄령 문건 알고도 뭉갰다' 제하의 기사에서 청와대 핵심관계자와의 통화를 인용해 "송영무 장관이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아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신속한 수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청와대 관계자도 인용해 "송 장관이 기무사의 위수령·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과 관련해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탓인지 수사 앞에서 머뭇거린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청와대가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3월에 기무사령부가 송영무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과 송 장관이 불법 내지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특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송 장관에 대한) 경고 내지 질책의 의미도 대변인 논평에 담겨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에서 해당 내용을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부분은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 靑의 칼 끝, 송영무 국방 향했다?

    청와대의 답변을 종합하면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지난 3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보고했고 송 장관도 이를 인지했으나, 청와대가 그간 이 건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송영무 장관이 청와대에 언제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송영무 장관이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사건을 '뭉갠' 셈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이 (기무사령부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임에도 불구하고 급히 해당 사건에 대한 독립 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순방을 다 마친 뒤 지시를 하는 것은 너무 지체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청와대가 사건의 중대성을 인지했다면 더 일찍 독립수사를 발표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더욱이 이날 브리핑에서는 '기무사 개혁'에 대한 청와대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생각이 달랐다는 점이 드러난다. 지난 1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특별 지시와 관련 "기무사 쇄신의 문제와 독립수사 문제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 다음날인 11일, 청와대는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이라는 큰 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추진해왔다"고 했다. 송 장관은 기무사의 구조·임무의 범위 등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문건'의 문제도 함께 해결(재발 방지)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는 다른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특히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3월에 기무사 관련 건을 보고받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로 보고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관계에 어떤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후 송 장관이 대통령께 수사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이나 이철희 의원을 통해 자료가 새어나간 점 등에 대한 기자들의 여러 질문을 받았으나 "같은 내용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문건을 처음 본 게 인도 순방 중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 靑, 적폐청산·군 조직에 경고성 메시지 흐려질까 의식했나

    이에 따라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지게 하면서 군 적폐청산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에 대해 책임을 강하게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자칫 송 장관의 책임론으로 초점이 모이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독립 수사단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지휘를 받지 않고, 보호 및 지휘가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면서도, 기무사 문건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더라도 그 문건에 나와 있는 내용 자체, 그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무겁다고 생각을 한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 기무사령관을 비롯,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겨냥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게 아니냐는 설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같은날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